[단독]'120 다산콜' 심야 폐지 계획…애먼 경찰 비상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최동수 기자, 방윤영 기자 2018.04.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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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폐지 계획에 시의회 '반대'…새벽 112로 몰릴까 경찰 비상

[단독]'120 다산콜' 심야 폐지 계획…애먼 경찰 비상


서울시 종합민원창구인 '120 다산콜센터'가 다음 달 1일부터 심야 상담 업무를 중단키로 잠정 결론냈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인데 시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전화할 곳을 잃은 120 상담 수요가 경찰 112 신고 등으로 몰릴 경우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활민원 전화 탓에 자칫 다급한 범죄 신고 대응이 늦어질 수 있어서다.



1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콜센터를 맡고 있는 다산콜재단은 지난달 말 위원회에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과 시민의 이용률이 높은 시간대 인력배치를 위해 5월 1일부터 다산콜센터 야간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다산콜센터는 24시간 운영되며 직원들은 △주간(오전 8시~저녁 7시) △저녁(저녁 7시~새벽 1시) △심야(새벽 1시~오전 8시) 조로 나눠 근무한다. 재단은 심야팀을 없애는 대신 주간과 저녁조 근무 시간을 각각 1시간씩 늘려 새벽 2시~오전 7시까지 총 5시간 동안 근무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대부분(89%) 민원은 주간(오전 7시~저녁 7시) 시간대에 들어온다. 저녁(저녁 7시~새벽 1시) 시간대 9%를 제외하면 심야(새벽 1시~오전 7시) 시간대에 걸려오는 전화는 2%에 불과하다는 게 다산콜센터 측 설명이다.

[단독]'120 다산콜' 심야 폐지 계획…애먼 경찰 비상
즉 상대적으로 민원 숫자는 적은데 힘든 심야 근무를 줄이고 전화가 많은 낮 시간대에 상담원을 더 많이 배치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심야시간도 절대 수치를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수요다. 지난해 다산콜센터에 걸려온 심야 민원은 12만7641건으로 한 달 평균 1만건이 넘고 하루 평균 350건 정도다.


당장 서울시의회가 "시민의 편의가 우선"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혜경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은 "비록 심야 상담 건수 비중이 높지 않더라도 다급한 사정이 있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는 시민들이나 검색 등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노인 등을 위해서 서비스 자체가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심야팀에서 일하는 직원은 극소수"라며 "이번 심야 상담 폐지는 다산콜센터 노조의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달 9일 임시회의에서 다산콜센터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심야 상담 폐지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경찰도 불똥이 튀지 않을지 걱정한다. 심야시간에 각종 생활불편을 호소할 120 창구가 막히면 시민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대안이 112 신고일 수 있어서다.

다산콜센터가 업무를 중단하는 시간대에 서울경찰에 접수되는 112 신고는 하루 평균 1500여건(2017년 기준)이다. 그 시간에 원래 다산콜센터가 매일 받았어야 할 전화 300~400통 중 상당수가 112로 몰린다고 가정하면 실제 경찰 업무 부담이 상당 부분 늘어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갑자기 다수의 생활 민원이 112로 쏠리면 정말 경찰이 필요한 강력 범죄 등 긴급 신고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며 "급하지 않은 민원은 구청 등 기초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방안이 반드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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