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시황제'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03.29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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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시황제'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시진핑을 국가주석으로 재선임하고 헌법도 개정했다. 시진핑의 1인 지배와 장기 집권의 길이 열렸다.

국가주석의 임기제한을 폐지해 덩샤오핑이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와해되었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는 2012년 공산당 총서기 취임 이래 계속되었다. 2016년 ‘핵심’ 칭호가 공식화되고 2017년 당대회에서 신시대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포함되었다. 이번의 헌법 개정은 그 완결판이다.

개헌의 배경은 ‘개혁의 심화’다. 2020~2035년은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결정적 시기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최고 지도자의 카리스마로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국정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중국인의 반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부분 중국 인민은 권위적 통치에 익숙하다. 조지워싱턴대 데이비드 샴보 교수의 주장처럼 2009년 이래 경성 권위주의(hard authoritarianism) 통치를 경험했다. 어느 정도 민주주의 가치나 편익이 제공되면 권위주의 통치를 수용할 소지가 크다. 당 중심의 시스템이 강화될 것이다. 지난해 당대회에서 채택된 ‘당의 영도가 없으면 민족중흥은 허황된 꿈’이라는 입장에서 더 나가 헌법에 당 중심주의를 명시했다. 리커창 총리가 이끄는 전문적 관료집단은 약화되고 분야별 영도소조가 주요 정책에 깊이 개입할 것이다. 시 주석은 자신을 국가 부흥의 핵심 인물로 인식한다. ‘인민의 영수’로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한다. 인민일보가 ‘시진핑은 국가의 조타수, 인민의 지도자’라는 사설을 게재한 이유다.

해외의 시선은 비판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진핑과 당에 권력이 집중되어 관료 중심의 정책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시간대의 에리카 프란츠 교수는 “개인숭배는 바람직한 발전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개입과 견제를 통해 서구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를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되었다.



대외관계에서는 중국이 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와 상이한 방향으로 나감에 따라 미국, 유럽과 갈등이 필연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말처럼 중국은 서방의 명예 회원국이 아니라 중국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미국의 중국위협론이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전면적 대결 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 역시 중국의 대외팽창 욕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외상은 “중국에 대한 단일전략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은 유럽 분열에 성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개혁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이다. 2008년 140%에서 지난해 260%로 급등한 부채문제가 시급한 현안이다. 270조위안에 달하는 그림자금융도 ‘뜨거운 감자’다. 강도 높은 국유기업 개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유기업에 대한 당의 리더십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당의 기본 방침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합계출산율이 1.4명에 불과하고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가 2.4억명으로 총인구의 17.3%나 된다.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폐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출산인구가 전년 대비 63만명 줄었다. 미국과의 경제전쟁도 심화할 것이다. 중국계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불허는 5세대 무선통신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사표시다. 과연 시진핑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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