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왕세제, 사저에 文대통령 깜짝 초대..가족도 공개 '파격'

머니투데이 아부다비(UAE)=김성휘 기자 2018.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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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한국 가서 딸들이 돈 쓰면 나는 울 것" 유쾌한 대화록 전문

【바라카(아랍에미리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완료 기념행사에 참석 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접견하고 있다. 2018.03.26.     photo1006@newsis.com【바라카(아랍에미리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완료 기념행사에 참석 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접견하고 있다. 2018.03.26.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 사저에 초대 받아 한 시간여 그의 가족들과 함께 환담을 나누며 우정을 나눴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이 자리에서 "UAE에게 한국은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있다. 언론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아무리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우리의 관계는 공고할 것"이라며 한국과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저와 왕세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구관계뿐 아니라 두 나라가 아주 친한 친구가 돼 미래를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이처럼 양국 협력 관계는 물론, 사막체험, UAE의 전통인 매 사냥과 문 대통령이 왕세제를 한국에 초청하는 내용 등을 편안하게 대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15분부터 7시 15분까지 한 시간 가량 아부다비 시내 왕세제 사저인 바다궁(씨 팰리스)을 방문했다. 사저 앞에 도착하자 왕세제와 그 가족들이 현관에서 대기하다 차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 부부를 환대했다. 왕세제는 자신의 세 딸과 손주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아랍국가에서는 아주 가까운 지인이나 친지들조차 가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왕세제가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날 대화중에는 왕세제의 딸들이 직접 커피포트를 들고 커피를 대접하거나 쟁반에 주스를 담아왔다. 외부인으로는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이 유일하게 배석했다.

다음은 두 정상의 주요 대화 요약.

▶문 대통령 : 바다가 보이는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 왕세제 : 결혼한 지 4~5년 만에 지은 집이다. 거의 30년이 되어간다. 이곳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시던 컴파운드로 이곳에서 함께 산 자식은 나밖에 없다. 나는 운 좋은 아들이다. 이 집에 지금 우리 가족이 모두 살고 있다. UAE에게 한국은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있다. 언론과 SNS에서 아무리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우리의 관계는 공고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온가족들이 한 집에 사는가.

▶대통령 : 오늘 이 집에 와서 가장 부러운 것은 집이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온가족이 모두 함께 거주하는 것이 더 부럽다. 옛날에는 한국도 3대가 같이 모여 살았으나 지금은 핵가족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저도 아들딸 손주 2명이 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난 뒤 가장 아쉬운 것이 아이들과 손주들을 자주 못 보는 것이다. 이번은 시간이 짧아 경험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밤에 사막을 가봐야겠다. 다음에 방문할 때 그런 기회를 달라.

- 왕세제 : 오히려 대통령께서 다양한 일정과 체험을 하시며 많은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에게 영광이다. 다음에 오실 때는 혼자만 오시지 말고 자녀 손주분들도 함께 데리고 와 달라.

▶대통령 : 오늘 낮에 왕세제의 배려로 신기루 성이라는 곳을 들렀고 사막 한가운데로 나가는 경험을 해봤다. 모래언덕을 맨발로 걸어봤는데 뜨거워서 혼났다. 마치 사막도마뱀처럼 왼발 오른발을 바꿔가며 껑충껑충 뛰었다. 사막과 관련된 책과 영상을 보면서 사막을 횡단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오늘은 바라보기만 했지만 그런 꿈을 이뤄보고 싶다. 사냥개와 매를 이용한 사냥도 구경했다. 사냥감이 진짜 동물은 아니었지만 아주 박진감 있는 사냥이었다. 한국에서도 매사냥의 오랜 전통이 있다. 송골매는 크기는 작지만 아주 민첩해서 사냥을 잘한다. 왕세제가 방한하면 송골매를 이용한 매사냥을 보여주고 싶다.

- 왕세제 : 그리되기를 바란다. UAE가 한국보다 나은 것은 매사냥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매사냥을 도울 테니 한국은 해수담수화와 사막에서의 농업개발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

▶대통령 : 한국은 물이 풍부한 나라인데도 일찍부터 해수담수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건 한국에 섬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섬들은 빗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찍부터 해수담수화 작업을 개발해왔다. 농업도 한국에서는 자연 상태로도 잘 할 수 있지만 농업 노동력을 절약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발전시켜왔다. 비닐하우스는 겨울철에는 보온 능력을 키우고 여름철에는 수분의 증발을 막아 적은 물로도 농사가 가능해진다. 비닐하우스의 내부습도와 온도를 자동화하는 기술이 발전해있는데 그런 기술이 사막에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

- 왕세제 : 맞다. 말할 필요도 없이 물은 중요하다. UAE는 40년 전부터 해수의 담수화시설을 이용해 음용수를 제공해왔다. 아라비아 6개국에 현재 7000만이 살고 있는데 50년 후면 2억 4000만이 거주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석유와 가스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하천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물을 제공하려면 해수 담수화 밖에 길이 없다. 요즘 내 관심이 해수담수화와 대체에너지 문제에 집중해있다. 함께 협력했으면 좋겠다.

▶대통령 : 알라가 모든 것을 다 주지는 않는 것 같다. UAE에게는 석유를 주었지만 물은 주지 않았다. 한국에게는 아름다운 자연을 주었지만 석유는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을 극복해내는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과 국민의 열정과 노력이다. 양국관계를 잘 살려낸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 왕세제 : 신이 주신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언제나 신이 주는 것에는 긍정적인 것이 많다. 신은 우리 두 나라를 만나게 해줬고 동맹에 가까운 친구사이로 만들어줬다. 우리의 관계는 더 발전하리라 본다. 지리적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여기에 올 때 여덟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 둘이 함께 움직인 시간은 더 많다.

한국의 발전은 교육과 근면함으로 이루어졌다. 바라카원전을 가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근면한지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체력단련을 하고는 한다. UAE 국민들도 바라카에서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한국인들을 닮아가고 있다. 오늘 박수칠 때 보지 않았느냐. (직접 박수를 쳐 보이며) UAE 사람들은 원래 박수도 느릿느릿 쳤는데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박수의 속도도 빨라졌다.

▶대통령 : 특히 바라카 원전에서는 왕세제가 직접 운전을 하고 사저에도 이렇게 초대를 해줬다.

- 왕세제 : 내가 직접 운전을 해서 나쁜 인상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운전을 잘하는데 가끔씩 난폭하게 몰기도 한다. 내무부 장관은 나에게 항상 운전을 하지 말라고 나무라고는 한다.(웃음)

▶대통령 : 최고의 환대에 감사드린다. 이건 저 개인에게 주는 환대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주는 환대이다.

- 왕세제 :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라는 이름의 좋은 친구를 얻은 것이다. 한국은 UAE라는 이름의 동맹을 갖게 된 것이다. UAE는 항상 한국 옆에서 한국 편을 들 것이다. 계속해서 한국의 친구로 남을 것이다.

▶대통령 : 저와 왕세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구관계뿐 아니라 두 나라가 아주 친한 친구가 돼 미래를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 왕세제 : 조금도 제 의견과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저나 UAE는 운이 좋다. 곧 한국에서 뵙기를 바란다. 갈 때는 딸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갈 것이다. 우리 딸들이 돈을 많이 써서 한국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웃음) 물론 그 돈은 제 카드에서 나오는 것이고 내가 사인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는 많이 울 것이다.(웃음)

▶대통령 : 한국에서 손님을 정성껏 모시는 것은 UAE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가급적 빠른 시기에 방한해 달라.

- 왕세제 : 그리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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