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자본·중간조직 육성…확산효과 큰 프로젝트 중심 추진해야"

머니투데이 신혜선 뉴미디어본부 부장 2018.03.2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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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중심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 사회적금융 생태계 밑그림 본격화
"세제 및 기부제도 개선으로 기업 개인 참여 확산"

한국 사회가치도매기금 조성 방안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한국 사회가치도매기금 조성 방안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


지난 2월 8일 정부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에서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촉매제로서 3000억 원 규모의 민간기금인 ‘사회가치기금’ 설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28일 사회적경제 분야 금융기관, 민간전문가들로 구성한 설립추진단을 만들기로 하고 관계자들의 처음 모였다. 이름은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으로 정했고, 송경용 신부(공익활동가 사회적 협동조합 동행 이사장, GSEF 공동의장,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회장)가 추진단장을 맡았다. 정부와 소셜 벤처투자,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사회가치기금 조성 의미와 올바른 금융생태계 구축법, 사회경제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 김동곤 과장(기획재정부 사회적경제과)김형미 소장(아이쿱협동조합) 도현명 대표(임팩트스퀘어)
▶사회=신혜선 머니투데이 뉴미디어본부 부장 겸 이로운넷 편집장



신혜선 부장(사회) = 과거 정부가 주도한 미소금융의 사례도 있는데, 역할분담이 잘 될 것인지 우려가 나온다. 어떤 접근 방법이 필요 할까.


▶김동곤 과장(김동곤) = 정부가 주도해 정책을 발표했지만 추진단 1차 회의에서도 다양한 민간 단위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추진해나가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추진단은 이후 기금설립의 법적 형태, 재원확보방안, 중개기관 인증제도 도입 방안 등을 논의한다. 연말 경 사회적 가치 기금 설립이 최종 목표다.



▶ 김형미 소장(김형미)= 사회적가치기금이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쓰일 예정이고, 거버넌스는 어떻게 만들고, 실제 기금은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등 설립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할 거로 들었다. 총괄하는 조혜경 박사의 발언을 상기하고 싶다. “기금의 규모가 크냐 작으냐로 보지 않으면 좋겠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갖춘 민간이 참여해 조성하는 최초의 사회적 기금이므로 어떻게 민관이 협력해서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 도현명 대표(도현명)= 정부가 추진하는 일 특성상 실 수요 조사나 정밀한 목표 설정이 이뤄지기 전에 정책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미소금융도 그랬다고 본다. 기업, 정부, 민간 모두 이 전철을 밟지 말자고 생각한다.

"인내자본·중간조직 육성…확산효과 큰 프로젝트 중심 추진해야"
사회= 외국은 엔젤 투자자, 벤처캐피털리스트 등 투자자층이 두텁다. 우리나라는 중간자들이 그리 세분돼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도현명 = 임팩트스퀘어가 정확히 중간 지원 조직이다. 사회적 기업을 발굴, 투자, 컨설팅하는 역할을 9년째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수나 다양성 측면에서 민간 중간조직이 매우 빈약하다. 개별조직 또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준이 안된다. 중간조직이 자생적으로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은 사회적 생태계를 지탱하기 위한 기능을 하고 육성기관, 연구기관, 언론매체 등인데, 그 조직들을 키우기 위한 목적을 가진 시도가 없다.

▶ 김동곤 = 그래서 중개기관 인증제도 의견이 나왔다고 본다. 다만, 인증이라고 해서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민간이 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김형미 = 그 인증이 ‘사회적 임팩트 평가’가 아닐까 한다. 사회가치기금이라고 하는 걸 실제 필요한 사회경제 기업들에 융자·대출·투자해주는 중개기관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판단하는 평가가 필요하다. 국제 평가 기준이 있다.

▶ 도현명 = ‘또 인증인가’ 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거래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가치·목적성·건전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이다. 이런 인증 제도는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필요하다. 가장 걱정되는 건 ‘어뷰징’이다. 일 예로 예전에 국제적으로 ‘위장환경주의’(greenwashing)를 겪은 적 있다. 이는 대중의 혼란, 자원의 잘못된 배분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체계성에 대한 검증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 = 영국의 경우 4대 은행이 자원해 자금을 출연했다. 기재부가 정책을 발표하면서 영국과 일본, 해외 사례를 소개했는데 우리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 도현명 = (자료를 보니) 각 국가의 좋은 점만 벤치마킹 했더라.(일동 웃음) 사회적 자본 축적은 어려운 일이다. 영국은 무수한 역사의 민주주의가 쌓아놓은 사회적 자본이 작은 공동체 하나하나에도 존재한다. 그것들이 임팩트 금융에 쓰이는 것이다. 미국은 작은 공동체 단위로는 약하다. 그러나 주 단위의 커뮤니티 펀드, 그리고 강력한 자선가들이 쌓아놓은 재단과 거기서 파생되는 기금이 있다. 한국은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기에 발전 기간이 너무 짧았다. 정부가 단기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법제 개선으로 휴면보험예금, 미소금융 등 고여 있는 자금을 끌어내야 한다. 영국, 일본 등도 새로운 기금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있는 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김동곤 = 영국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주요 사항을 민간이 결정하게 하고 지금은 기본 설계만 했다. 미소금융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할 예정이다. ‘지역재투자제도’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주 단위로, 그 지역에서 번 돈의 일부는 그 지역에 적립해야 하는 제도다. 지역의 취약계층에 투자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연결된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낙후개발지역 등 취약한 곳에 지원하면 인센티브 제도로 이어지도록 한다. 사회적경제 자체가 지역 단위를 기본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다.

사회 =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측의 기대감이 클 거 같다. 정책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나 기대는 어떠한가.

▶김형미= 협동조합은 법 시행 이후 1만2000개 정도가 설립됐는데, 양적으로 많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비영리 단체(5만1천개)와 협동조합(4만개)을 합쳐 9만 개 정도다. 일본은 시민이 주도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끌어가는 분위기가 아님에도 9만 개나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조직은 2만5000개를 넘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지금의 2배 이상 증가해도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영향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 자본’이 있다. 우리나라에 스타트업 초기투자 자본은 많지만, 사회적 영향을 위해 기다리고, 좋은 거버넌스를 형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자)는 드물다. 정부의 사회가치기금 마련 정책이 고무적인 이유다.

▶ 도현명=해외의 성공 사례 대부분은 다 프로젝트 투자다. 개별기업 투자는 전체 임팩트 투자에서 15% 정도다. 도시재생에도 정부가 50조 원의 예산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개별 투자가 아닌 큰 프로젝트를 만들고, 거기에 사회적 경제 기관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개별 사회적기업에 50조를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자. 쓰고 싶어도 못 쓴다.

▶ 김동곤 = 동의한다. 정부도 지역사회의 중요 과제에 대해 지역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연합하도록 지원하는 중이다.

▶ 김형미= 그런 의미에서 도매기금, 중개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사자 조직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구가 낙후된 지역에 힐링 공원을 만든다면 지역의 모습 ‘자체’가 바뀔 것이다.

▶ 도현명 =바로 생태계의 이야기다. 개별 기업 하나하나에 돈 집어넣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로 엮어야 한다. ‘확산 효과’(Impartation)야말로 사회적 경제의 특징이다. (내가 알기에는) 우리나라에는 사례가 전혀 없다.

"인내자본·중간조직 육성…확산효과 큰 프로젝트 중심 추진해야"
사회= 제도 개선이나 지원 방안 의견을 말해달라.

▶ 도현명= 국내 기업재단은 매우 발달했다. 기업재단이 적정한 규모 이하의 사회적 기업에 15~20%까지는 투자를 가능하게 하도록 기준을 완화했으면 한다. 두 번째는 사회적기업에 투자했을 때, 3년 혹은 5년 내 손실 보면 손실분을 기부금 처리해 주는 정책도 도입됐으면 한다. 5천만 원~1억 정도 투자는 개인에겐 크다. 손해를 봐도 그만큼을 기부금처리 해준다면 더 많은 개인이 참여할 것이다.

▶ 김형미=기부금 처리는 매우 중요한 제도다. 기부금처리가 된다면 투자에 대한 시선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영국은 ‘SITR’(Social Invest Tax Relief)이라는 세제우대정책을 시작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비영리에 기부하면 개인은 소득세의 30%, 투자 기관 같은 경우 자본소득세 30%를 줄여주는 정책이다.

▶김동곤 = 사회적경제 조직의 특수성, 다양성을 고려해 세제지원 방향을 준비 중이다. 혜택을 주는 방향을 검토하는 중이다. 사회가치기금의 법적 형태 중개지원기관 등의 형태에 대한 윤곽이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해서 세제지원방안도 같이 생각해볼 예정이다.

사회= 이른 시간 참석에 좋은 의견 감사하다. 모처럼 형성된 좋은 기류를 타고 시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고, 기금도 잘 조성되길 바란다.

*좌담회 전문은 이로운넷(eroun.net)을 참고하세요.

정리=이로운넷 박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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