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 산다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오세중 기자 2018.03.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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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이대론 안된다] (종합)

편집자주 교육 정책은 경제성장의 출발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올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거다. 치솟고 있는 사교육비가 큰 걸림돌이다. 사교육의 진원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도입됐지만, ‘금수저 전형’ 등 공정성 시비가 여전하다. 입시제도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학종 문제 해결은 곧 경제 살리기다.

[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도 산다
[학종! 이대론 안된다]①10년째 '금수저-흙수저' 싸움…학종 선발비중 낮추고 평가기준 공개 필요…"아이들 공부 부담 줄여줘야"

"시험 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취지는 정말 좋습니다. 그러나 학종을 준비하고 평가받는 과정에서 내신·수능준비에 따른 부담,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에 대한 불신, 대학의 평가기준·선발결과 미공개 등은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전 성모여고를 졸업하고 한국교원대에 입학한 박채린양(19)의 말이다. 현행 학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 산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종의 역사는 2007년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성적보다 잠재력에 비중을 두고 학생을 선발하겠다며 2008학년도 대입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전격 도입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는 교육 시장을 팽창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고소득층 자녀들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명칭이 사라졌다.



대입 전형 간소화 정책을 추진한 박근혜 정부에서 학종(2015학년도)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 대학들은 정성평가인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200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서 입학생의 20%만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종으로 이름이 바뀐 2014년에도 대학 입학실무자와 입학사정관, 교사들은 학종의 선발 비중을 21~30%로 하는 게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학종은 왜 '천덕꾸러기'가 됐나=대입 수시 학종 선발 비중은 2015학년도 15.7%(5만9284명)에 그쳤지만 2019학년도 24.3%(8만4764명)까지 증가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 8곳의 학종 선발 인원 비중은 54.3%에 달했다.

이처럼 학종 선발 규모가 단기간 급격히 커진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대입전형 가운데 하나인 학종은 자율적 제도인데도 정부가 지원금을 나눠주면서 강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대학의 입학사정관 역량 강화 지원사업'이나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추진했다. 대학들은 '물수능'이나 일부 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변별력 약화로 학종을 통해 입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입학처장은 "수능의 변별력이 없다면 수능 점수로 학생을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학생·학부모 등은 학종에 대한 공정성·형평성·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 무단 정정·조작 △학생·학교차별 △자기소개서 표절·대필 △도·농간 교내활동 격차 등이 심심찮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학부모 30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4%가 학종이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교육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학부모의 77.6%가 학종을 불신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종은 복합적인 요소가 많다"며 "철인 3종 경기(수능·내신·논술)을 하던 학생들에게 철인 10종, 15종 경기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안 교수는 "학생들은 학종을 가장 복합한 전형으로 꼽고 있다"며 "복잡한 전형은 선발의 공정성·신뢰성의 약화를 가져오고 입시컨설팅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미완의 학종 개선해야"=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학종이 공정성과 형평성 등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폐지하기보다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 마다 가진 재능이 모두 다르다"며 "이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교육의 출발점에 학종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소재 한 일반고 교사는 "학종을 통해 교실수업 분위기가 바뀐 건 사실"이라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학종을 개선해 기회를 열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소재 일반고 한 교사도 "강의식 수능수업이나 EBS만 보도록 하는 수업은 이젠 바뀌어야 할 때"라며 "우리나라 입시제도 가운데 교실 수업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방식은 학종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서울 주요대학의 학종 쏠림이 심각한데 학종선발 비율이 30%를 넘지 않도록 조정해 수시 학생부교과나 정시 수능 등 다른 전형으로 분산 지원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학종의 비교과 비중을 낮추고 교과(내신) 비중을 높여 전형간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강원 동해시 북평고를 졸업하는 김세현군(19)도 수능 전형만 있었다면 자신이 희망했던 교대 진학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종이 있어서 별다른 사교육을 받지 않고 공부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었다"며 "학종 준비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활동은 스스로를 한 단계 성장시켜 준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학종이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결과도 있다.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가 2017학년도 출신 지역별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득이 높은 지역일수록 수능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소득이 낮은 지역일수록 학종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았다. 서울 강남구는 93%가 수능, 7%가 학종으로 입학했지만, 경기 이천시는 92%가 학종, 8%가 수능으로 합격했다.

[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 산다
◇"대학, 학종 평가기준 홈피에 공개해야"=전문가들도 학종을 없애기보다는 학종의 한계를 보완·개선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특히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학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대학과 고교 현장에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생을 중심에 놓고 아이들의 공부 부담부터 줄여주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학들에게 학종에 대한 평가기준과 선발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하고 교육부가 정기 점검을 통해 이행 여부를 확인한 다음 미이행 땐 행·재정적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시 결과를 계층별로 세분화해 공개하자는 주장도 있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입시결과에 대해 흑인 비율 등을 공개하는 것처럼 우리 대학들도 불리한 여건에 있는 학생 비율이 어느 정도 되고, 그 비율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강화 △사교육 개입 차단을 위해 학교수업과 비교과 활동 연계(수행평가·방과 후 학교 중심) △학생부 시스템 개선(객관적으로 검증된 내용만 기록) △학생부 조작교사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의견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우리나라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객관성·공정성"이라며 "선발결과에 대해 교육주체들의 이해와 납득이 이뤄지면 학종의 공정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영재 기자

[MT 리포트]"부르는게 값"…학부모 불안심리 파고드는 학종
[학종! 이대론 안된다]②학부모엔 '깜깜이' 전형…전문가 상담 몇번에 수백만원 훌쩍

[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 산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46). 이른바 '학력고사 세대'다. 그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대입 전형이 870개가 넘는다는 말을 듣고 덜컥 겁부터 났다. 과거 자신의 수험생 시절만 생각했던 무지함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고민 끝에 서울 대치동의 한 입시업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좌절감을 느꼈다. '학종 관리 비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홈페이지에 게재된 가격만 받는다는 한 입시컨설팅 업체에서도 학종 관리에 수백만 원이 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처럼 학종에 대해 꼼꼼한 전형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교육업체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적 위주의 입시 병폐를 근절하겠다는 학종의 본질은 이미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대치동 입시 컨설팅 업체 중에는 투명하게 비용을 홈페이지에 적시한 경우도 있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돈이 없으면 학종은 꿈을 꿀 수도 없다는 얘기다.

대치동 C업체는 정시와 수시, 학생부 전형 맞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 차례 상담료만 한 시간에 20만원을 받는다. 이같은 유료컨설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여러 번 받을 경우 순식간에 200만~300만원에 달할 수 있다.

D업체는 학종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한번 첨삭하는데만 50만원의 비용이 든다. 첨삭을 통해 원하는 생기부 완성본을 만들다고 할 때 4차례만 추가로 받아도 200만원을 내야 한다.

학종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E 업체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성적으로만 대학을 가는 시대는 지났고, 기본적으로 학종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원서를 쓸 때 당황할 수 있다"며 "체육과 봉사활동 등 비교과 활동에 대해 컨설팅을 통해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서와 봉사활동 등도 원하는 학과(진로)나 인성 등의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활동전략을 짜 해야할 목록에 집어넣게 되는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실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대입에서 입학의 당락을 결정 짓는 확률을 높이는 만큼 전문성 차원에서 비용이 책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과거 점수를 올리기 위한 쪽집게 과외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 진학을 위한 전략과 가이드라인 제공해 합격 성공률를 높이려면 학부모들의 금전적 지출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학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학종이 시작된 '성적으로 줄세우기' 방지 차원의 의도는 온데간데 없고, 사설 업체만 배불리는 셈이다. 봉사활동 역시 순수한 의도보다는 인성 평가에서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칸(이력)채우기식 행사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사립고의 교사인 D(38)씨는 학종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학종의 문제는 학교 교육과정의 모든 평가가 생기부라는 문서 하나로 평가 받는데 있다"며 "학교에서도 생기부에 좋은 평가가 될만한 각종 페이퍼 행사를 만들어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스게로 '이런 행사는 좋은 생기부 감이다'라고 할 정도"라면서 "담임교사의 필력이나 정성에 따라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육을 받아도 달리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강남에서는 컨설팅이라고 해서 몇백에서 천 만원 가까이 든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학종의 대대적인 개편이 뒤따라야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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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리포트]"입학사정관, 전문성·독립성 확보 시급"
[학종! 이대론 안된다]③ "입학사정관 1명이 수험생 100여명 학종서류 검토"

[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 산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둘러싼 갈등은 '대학 입학사정관'에 대한 투명성 논란과 맥이 닿아 있다. 해마다 입시 이후에는 입학사정관 부족과 자질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입학사정관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2017학년도 학종 서류평가 참여 입학사정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대입전형 간소화 유도 사업)으로 선정된 62개교의 입학사정관 수는 총 4643명에 불과했다. 입학사정관 1명이 평균 100여명의 학종 서류를 검토한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종은 결국 학생부 기록에 있는 내용의 공정성과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문제"라면서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고려해 교육부도 입학사정관의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평가에 있어 공정성을 위해 전형과정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피제척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절차적 공정성·투명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피제척시스템은 수험생과 친인척 등 특수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을 학생 선발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효완 광운대 입학전형 전담교수(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는 "학종이 공정성만 확보되면 이것만큼 좋은 제도가 없고 이 전형 방향이 맞다"면서도 "사회적 분위기가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면 이를 위한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공정성 확보 방안으로 입학전형 과정에 교사 등으로 구성된 검증단을 구성해 전형 절차를 함께 하고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형 기간에 학종 평가 업무와 다른 업무를 병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많은 입학서류를 무리하게 봐야 하는 상황에서 지원없이 전문성 잣대만 지적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 입학사정관은 "솔직히 처우문제가 전문성과의 연관성이 크다. 비정규직으로 입학사정관이 돼 배우기 시작해도 1~2년 사이 관두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성이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생기는 것인데 신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전문성을 키우라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문성을 키우라면서 입학사정관 업무를 익히는 게 학교마다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로 옮길 경우 또 다시 그 학교에 맞춰서 사정 업무를 봐야 한다"며 "통합적인 교육체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 대학교 내에서 진행되는 교육으로는 전문성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입학사정관들만이 입학사정 작업에 들어왔는데 현재는 대학입학 관리팀 등이 업무에 투입된다"며 "이럴 경우 입학사정관은 갑을병정의 '정'의 입장에서 업무의 독립성이 유지하는데 방해를 받고, 대학직원의 입김도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중 기자

[MT리포트]정권 지향 따라 바뀐 대입…"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 옛말"
[학종! 이대론 안된다]④"교육시스템에 다양성 확보해야"…"대입개편 수요자 요구 충분히 반영해야"

"간판을 얻기 위한 경쟁이면서 계층 이동을 위한 게임이다."
"수험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라벨을 붙이는 시험이다."
"단순히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치르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들이다. 한때 대입은 희망과 기회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교육만이 유일했던 시절 가난하고 집안 배경이 없어도 개인의 노력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가 회자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대입은 계층이동 사다리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한국가정의 학생 가운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3등급 이상 상위권에 든 '학업 탄력적' 학생 비율은 2015년 36.7%를 기록 2006년(52.7%)보다 16%포인트나 급락했다. 취약계층인 이른바 '흙수저' 학생들이 학업성취도를 높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 소재 한 일반고 교사는 "과거 부모의 교육열과 자신의 노력만으로 대입을 통해 계층이동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현행 대입은 사회적 계층이동을 저해하고 사회적 지위와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 진입 자체가 계층성을 이미 담보하고 있는데 대입이 계층 이동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입은 오히려 공정성과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다. 특히 2014학년도부터 적용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금수저' 전형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2018학년도 서울 주요 8개 대학 수시모집에서 학종 선발 인원은 54.3%에 달했고 서울대는 무려 79.1%를 학종으로 뽑았다.

새 정부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확대 등 대입 개편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교사·학부모·학생 등 교육 주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 산다
◇'대입의 정치학' 정권 지향점 따라 바뀌어…"주입식·객관식 한계"=대입은 수험생들이 인생에서 맞는 첫 고비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하면 사회·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과거 일부 수험생들은 명문사립대에 합격하고도 엘리트코스의 최정점에 서 있는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해 3수·4수를 선택했다는 얘기가 종종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이처럼 평생 운명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는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의 수능 체제가 만들어지기까지 대입은 당시 정권의 지향점과 교육과정의 변화로 수차례 바뀌었다. 해방 직후에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험을 출제해 입학생을 선발했지만 이후 대학 본고사와 예비고사, 학력고사 등의 이름으로 대입이 치러졌다.

김영삼 정부 시절 도입돼 올해로 25년이 된 수능도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변별력 확보 등을 이유로 수차례 손질됐다. 지난 2005년부터는 기존 '통합형 수능'이 '선택형 수능'으로 바뀌었고 학종은 종전 입학사정관제(2008년)가 이름을 바꿔 달았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역대 정부에서 교육만큼은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교육이 정작 가장 정치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에게 교육은 표밭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역대 정권은 서민층을 겨냥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매번 패배하는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사교육 확대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학력·학벌 사회'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범 교육평론가는 "학벌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건 정치권과 정부였다"며 "정부마다 발표된 장관 출신교를 보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65~75%를 차지하면서 서열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교육 불평등 심화 땐 계층·집단 간 갈등 격화…사회통합 위기"=학부모들은 복잡한 대입 전형 단순화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이 치렀던 본고사와 학력고사, 2000년대 이전의 수능 체제로 차라리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은 871개에 달한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단순 암기식 위주의 수업과 '점수 따는 기계'에서 학생들을 풀어 주자고 나온 것이 현행 대입 체제라며 획일화된 교육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선 교육 시스템에서도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층 이동이 막힌 닫힌 사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불평등과 교육격차가 심화하면 우리 사회의 계층·집단 간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며 "사회통합에 있어서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 교육전문가는 "사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내에서도 일반고와 자사고·특목고의 학비 격차가 크다"며 "부모의 배경이나 재력에 관계없이 학생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만을 갖고 경쟁토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대입전형에서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폐지해 정시(수능)와 수시(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로 단순화하고 학종과 관련된 생활기록부는 검증 가능하고 수치화할 수 있는 정보만 남기는 게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는 학령인구가 80만 명 이상이던 시대였지만 지금 청소년들은 40만 명 이하로 떨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며 "과거 자신의 학창시절 때보다 환경이 바뀐 미래 교육에 대한 방향설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문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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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미국식 '자율성'에 초점 맞추니 '공정성' 문제 발생"
[학종! 이대론 안된다]⑤이범 교육평론가 "학종 개선하려면 교과 비중 높이고 추천서 폐지를"

[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 산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최근 논란에 휩싸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관련, 대학의 ‘선발 자율성’이란 미국식 담론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졌다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학생 선발에 대학의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오히려 ‘기회 균등’이라는 교육의 기본적 전제를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원가 스타강사(과학)에서 교육개혁가로 나선 그는 20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학종’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가 꼽은 학종의 문제점은 △전형요소의 복합성·복잡성 △비교과 반영의 불공정성 △체감도 높은 불공정성 등이다.

그는 “사교육업계 입장에서는 복잡성과 복합성이 커질수록 교육비가 높아지는데 10년 전 ‘죽음의 트라이앵글’도 수능, 내신, 논술 이 세 가지를 다 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종도 복합적 요소가 많은 것은 물론 비교과 반영으로 불공정성이 높다”며 “비교과 반영은 미국만 예외적으로 반영하고 있고, 다른 나라는 내신과 시험 만을 입학요소로 보는데 이것이 비교적 공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시대회나 학업 이외의 비교과 영역을 반영하면 부모가 지원할 수 있는 ‘기회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실제 ‘학종’을 폐지하거나 축소해달라고 측에서는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그는 미국에서도 비교과 반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주장했다. 학종은 지원해주는 학부모나 학생기록부를 작성하는 교사 역량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학부모 전형’이나 ‘교사 전형’으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또 정부가 주장하는 수시 합격자 절반이 일반고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지역균형·기회균형 전형을 빼면 학종 입학자의 일반고 비중 35% 수준으로 통계적 착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학교에서 선발하는 학생들의 고교유형과 내신등급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평론가는 그러나 학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종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관심 분야에 따른 지원이 되기 때문에 입학 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재수나 전과 등 중도탈락율이 낮다”며 “전공적합성도 높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전에 그냥 수업만 하던 선생님들이 이제는 학생들(기록부)에게 의미 있는 한 줄을 쓰기 위해 (교과 과정 등에 대해_노력하는 고교 교육의 개선 효과가 있다"면서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고민들이 학종 때문에 생겼고, 학생 자율활동이 활성화 됐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학종을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교과 비중 강화 △수업선택권 등 교권선진화 △고교학점제 도입(비교과 입증 부담 축소) △학생부 항목 폐지 △자소서·추천서 폐지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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