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50년간 한 번도 꺼지지 않은 불꽃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8.03.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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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0주년 기념 투어’ 펼치는 ‘가왕’ 조용필…모범과 절제의 반세기, 4월 평양 공연도

1968년 미8군 무대에서 애트킨즈로 데뷔한 '가왕' 조용필이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 투어를 펼친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1968년 미8군 무대에서 애트킨즈로 데뷔한 '가왕' 조용필이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아 기념 투어를 펼친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예술가들은 흔히 자폐 아니면 변태로 수식되기 일쑤인데, 조용필(68)은 이 법칙에서 예외적 인물이다. 스타로 떠오르면 인기를 더 얻기 위해 취할 법한 정치적 행동도 그는 밟지 않는다. 모범과 절제, 가왕(歌王)의 태도는 반세기 동안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공연 한 달 전부터 술은 입에 대지 않고, 수 년 간 공연이 없어도 매일 작업실에서 연습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는 “공연 중 혹시 나오게 될 헛기침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매일 연습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공연이 끝나면 그는 바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대기실에서 지역 유지나 유명 정치인들과 습관적으로 하는 형식적 악수 세례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맥이 아닌 음악으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고, 음악이 아닌 다른 장치로 화제가 되는 걸 극도로 꺼리는 뮤지션이다.

올해 데뷔 50주년 맞아 그가 기념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펼친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션인, ‘드러내기 싫어하는’ 그를 위해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까지 만들어졌다. 추진위는 5월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상반기 대구, 광주, 의정부, 제주 등을 도는 기념 투어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의 4월 평양 공연에 조용필은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다. 당시 ‘조용필 평양 2005’는 단독 콘서트로 열렸지만, 이번에는 2, 3곡 정도만 부를 예정이다.

조용필은 50주년 기념 공연에 앞서 4월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북한에서 2, 3곡을 부를 예정이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조용필은 50주년 기념 공연에 앞서 4월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북한에서 2, 3곡을 부를 예정이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30억 이상 투입되는 ‘50주년 무대’…첨단과 감동의 보고

늘 최고의 무대를 빚는 그의 이번 무대도 최첨단 장비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필은 1990년대 초 TV에서 받쳐주지 못한 열악한 사운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송과 결별했다. 이후 찾은 라이브 무대에서의 최초 3년은 썰렁했다. 방송에 보이지 않으니, 찾는 관객도 드물었다. 조용필은 그러나 사람이 찾지 않을수록 무대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부으며 수준 높은 공연 무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자로 길게 뻗은 직선형 무대를 처음 선보이기 시작했고, 조명이나 사운드를 외국의 어떤 공연 못지않게 화려하고 완벽하게 입혔으며, 급기야 최근엔 상하좌우 전천후로 움직이는 순수 국내 기술의 ‘무빙 스테이지’까지 선보였다.

이번 무대도 ‘무빙 스테이지’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주최측은 “이를 포함해 다각적인 무대 세팅을 논의하고 있다”며 “최소 3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초’ 아니면 ‘최고’의 타이틀…“매일 70%는 음악 생각뿐”

조용필은 “‘유럽 여행도 좀 다녀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녹음실에 처박혀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며 “한 달 기준으로 70%는 음악에 할애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음악에 미친’ 열정은 언제나 최초 아니면 최고의 결과물을 이끌었다.

잘 모르고 피운 대마초 사건을 겪은 뒤 창(唱)을 배워 음악에 오롯이 매진한 80년부터 그는 단 한 차례 위기 없이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1집(80년)의 ‘단발머리’에서 재즈에서 쓰는 메이저세븐코드(M7)를 처음 사용해 당시 국내 멜로디에 파격을 선사했고, 미국 카네기홀 공연(1980년), ‘창밖의 여자’ 음반 100만 장 판매(1980년), 해운대 단독 콘서트 10만 명 동원(1993년), 음반 판매 1000만 장 돌파(1994년) 등에서 국내 최초 가수라는 타이틀을 놓지 않았다.

조용필의 데뷔 50주년 공연은 30억원 이상의 최첨단 장비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조용필의 데뷔 50주년 공연은 30억원 이상의 최첨단 장비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 “어제의 조용필 지워주길”…도전과 모험에 익숙한 신인 뮤지션

차 안에선 언제나 AFKN 라디오를 듣는 조용필은 현재 트렌드 음악에 거부감을 갖지 않기로 유명하다. 10년 만에 낸 19집 ‘헬로’(Hello)가 특히 10, 20대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도 그가 ‘어제의 조용필’을 지웠기 때문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는 과거대로 조용필을 남겨두고, 현재와 미래의 조용필과 만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유명 외국 작곡가와도 손잡고, 모르면 배운다는 정신으로 작업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과거에 제가 어떤 영광을 누리고, 어떤 히트곡을 가졌는지는 아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중요한 건 앞으로 제가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예요.”

국내 최대 공연장인 잠실 종합운동장에 7번이나 서는 최초의 뮤지션이자 추억이 아닌 현재를 먹고 사는 최고의 보컬리스트인 조용필. 또 다른 반세기에도 우리를 ‘바운스’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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