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방점포 '소사장제' 도입…롯데백화점 파격 경영실험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8.03.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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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구성·예산·마케팅·인사 등 모든 권한 맡기고 실적 책임 묻기로…광주지역서 시범 운영중

[단독]지방점포 '소사장제' 도입…롯데백화점 파격 경영실험


롯데백화점이 지방 점포를 독립운영 체제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경영실험에 나섰다. 해당 지역 총괄 임원에게 매장 구성부터 예산, 마케팅, 인사까지 점포 운영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주고 실적을 관리하도록 하는 이른바 '소사장제'를 도입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역 점포의 권한과 책임을 일원화하는 내용의 '지역책임경영제' 조직개편안을 마련, 지난 1월말부터 전라도 광주지역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강희태 대표이사 사장 직속으로 '광주영업부문'을 신설해 지역책임경영 성과를 분석한 뒤 부산·울산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단독]지방점포 '소사장제' 도입…롯데백화점 파격 경영실험
이는 강 사장이 골몰해 있는 오프라인 점포 경영혁신의 일환이다. 본사가 전국의 모든 점포를 통합 관리하는 운영 방식을 깨고 해당 지역장에게 운영 권한을 이양한 것은 1979년 롯데백화점 설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백화점 지역책임경영 첫 사례가 된 광주영업본부는 올 초 광주지역장으로 승진한 김정현 상무가 이끈다. 김 상무는 1994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롯데백화점 서울 미아점, 부산 광복점, 대구 상인점 등 주로 현장을 누빈 영업 전문가다. 2016년부터 광주점장으로 근무해 지역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상무가 경영 책임을 맡은 점포는 롯데백화점 광주점을 비롯해 아울렛 3곳(광주월드컵점.광주수완점.남악점) 등 총 4곳이다. 이들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체 직원은 3000명을 훌쩍 넘는다. 이 중 입점 브랜드 파견 직원을 제외한 롯데백화점 정직원수는 200명에 달하는데 영업부문장이 지역 상황에 따라 재배치할 수 있다.

독립 경영이 시작되면서 서울 본사 상품본부가 하던 상품 구매 등 점포 구성 업무도 크게 바뀌었다. 광주영업본부 내에 주요 상품군별로 별도 바이어를 두고 지역 트렌드에 맞춰 상품구매와 매장 구성을 직접 한다.

전북 익산의 동네 빵집인 '풍성제과'가 최근 롯데백화점 광주점에 입점한 것은 대표적인 성과다. 지역 명물로 통하는 이 빵집은 광주영업본부 식품리빙 담당 바이어가 삼고초려 노력 끝에 입점 계약을 이끌어 냈다. 하루 평균 매출이 200만원을 웃돌아 성공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한 임원은 "본사 상품본부가 전국을 돌며 소규모 지역맛집을 발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지역 사정에 밝은 영업본부가 훨씬 잘 할 수 있는 업무"라고 말했다.


4개 점포가 각각 진행하던 마케팅과 사회공헌(CSR) 활동도 통합했다. 당초 각 점포별로 고객에게 보냈던 우편광고(DM)을 통합 제작해 발송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각 점포가 소규모로 진행한 사회공헌활동은 광주영업본부 통합 프로젝트로 규모를 키워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성과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영업본부 매출은 이달 18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이는 다른 지방 점포보다 5%포인트 안팎 높은 신장률이다.

롯데백화점은 광주지역의 시범운영 결과를 분석해 다른 지방 점포도 지역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백화점과 아울렛 점포가 많은 부산, 울산, 대구 등 영남권이 후보군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강 사장 취임 이후 사내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백화점 업계 최초로 펫사업을 추진하는 등 파격적인 경영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며 "오프라인 백화점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새 점포 출점보다는 기존 점포의 운영방식을 바꾸는 체질 개선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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