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왕국'의 몰락…토이저러스는 아마존에 어떻게 완패했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8.03.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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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저러스, 美사업 청산…"2000년 아마존에 온라인 판매 독점권 줬던 게 화근"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세계 최대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가 끝내 미국 사업을 접는다. 전문가들은 아마존과 맺은 '악마의 계약'이 70년 역사의 '장난감 왕국'을 몰락시켰다고 지적한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브랜든 토이저러스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직원들에게 미국 매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이저러스가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매장은 유아용품 전문점 베이비저러스까지 모두 700여곳에 이른다. 약 3만3000명의 일자리다. 미국 소매업계 청산 규모로 역대 최대 가운데 하나가 된다.

브랜든 사장은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호주 사업도 청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캐나다, 중유럽, 아시아 사업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매장 200개와 캐나다 사업을 하나로 묶어 인수 상대를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토이저러스는 앞서 이날 영국 매장도 모두 닫기로 했다.



토이저러스는 1948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아기침대와 유모차 등 유아용품을 파는 작은 상점으로 출발해 전 세계 약 1600개 매장에서 6만4000명을 고용한 장난감 왕국으로 성장했다. 1980~90년대에 특히 인기를 누리며 수많은 '토이저러스 키드'를 키웠다.

막대한 부채가 토이저러스를 무너뜨린 직격탄이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빚을 감당 못 해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5년 미국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등에 차입매수(LBO) 되면서 떠안은 부채만 50억달러가 넘는다. 이에 따른 비용이 연간 4억달러에 달했다. 2012년 이후 한 해도 수익을 내지 못한 채 25억달러의 손실을 낸 회사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빚 부담은 토이저러스의 디지털 혁신에 제동을 걸었다. 그 사이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업체와 월마트, 타깃 등 기존 소매업체들의 공세는 점점 더 거세졌다. 모바일·동영상 기기가 장난감을 대신하게 되면서 기존 장난감업체는 물론 토이저러스처럼 장난감을 파는 유통업체도 고전하게 됐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토이저러스가 닷컴버블 시대에 아마존과 맺은 계약으로 이미 완패를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토이저러스의 위기가 이때 시작됐다고 본다.

토이저러스는 2000년 아마존에 10년간 온라인 판매 독점권을 주는 계약을 맺었다. 온라인의 위력은 알았지만 기반을 닦지 못해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마존과 손을 잡은 뒤 쇼핑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이 급증했다.

둘의 제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아마존이 곧 다른 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토이저러스의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소송을 통해 아마존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2006년에야 자체 온라인 사이트를 다시 열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한 시간을 한참 낭비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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