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개헌' 시진핑 제안부터 가결까지 5개월 과정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2018.03.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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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제안한 지 5개월 만에 이뤄진 개헌… 시진핑의 '장기집권 의지' 강하게 표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길을 열어준 이번 개헌안은 시 주석의 제안부터 최종 가결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당 안팎에서 나올 반발을 의식해 여론 수렴 기간을 단축하고 임기 관련 내용을 양회 직전에 공개하는 등 모든 과정이 '전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29일 공산당 지도부인 25인의 정치국 위원이 모인 자리에서 개헌을 처음 제안했다.



이후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이끄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장 위원장을 보좌하기 위해 시 주석의 최측근인 리잔수와 왕후닝이 붙었다. 리잔수와 왕후닝은 그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상무위원으로 입성했다.

19차 당 대회 후 TF는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지방의 당 간부와 비공산당 정당 관계자 등 2600여 명의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12월 중순에는 당 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장쩌민 전 주석이나 후진타오 전 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주룽지 전 총리 등으로 추정되는데 왕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여기서 "모든 사람이 개헌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시 주석이 개헌을 제안하고 이 개헌안이 외부에 공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5개월이다. 2004년 장쩌민 전 주석이 '3개 대표론' 헌법 삽입 시 의견 수렴 및 준비 과정에 소요한 1년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셈이다. 그만큼 급속도로 이뤄진 것이다.

당 인사들이 개헌에 만장일치 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공산당의 삼엄한 통제 속에 반대 목소리가 알려지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 더 지배적이다. 실제 일본 아사히신문은 19차 당 대회 후 시 주석을 만난 장쩌민 전 주석이 임기제한 철폐에 대해 "절대 안 된다"며 단호히 반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발을 고려한 듯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2연임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임기규정을 삭제하자는 제안을 양회가 열리기 불과 일주일 전에 내놨다. 지난 1월 18~19일 열린 19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2중전회)에서 이미 통과됐음에도 한 달여가 지난 2월 25일 공개한 것이다.

공산당이 제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연례대로 가을이 아닌 봄에, 그것도 전인대 개최 직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란 해석이 나온다. 3중전회가 상반기에 열린 건 40년 만에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열린 전인대 광둥성 대표단 개헌안 심의회의에서 "(개헌안에) 완전히 찬성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개헌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해당 개헌을 시 주석이 직접 제안하고 이후 일련의 과정이 급박히 진행된 추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시 주석의 의지가 확고히 담긴 '셀프 개헌'이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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