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文정부…채워야 할 공공기관장 빈 자리 '50석'

머니투데이 이건희 강주헌 기자 2018.03.06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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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논공행상' 막겠다는 정부·여당…원칙 세워 임명하지만 '지방선거'가 변수

갈 길 바쁜 文정부…채워야 할 공공기관장 빈 자리 '50석'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3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석인 공공기관장 자리가 많다. 캠프 출신, 코드인사, 논공행상(論功行賞) 등 낙하산 비판을 받으며 기관장 인선에 고삐를 죄었지만 아직 한국전력공사(한전) 등 50개 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전체 330곳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날까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만료된 공공기관은 총 50곳으로 집계됐다. 총 50곳 중 공기업이 7곳, 준정부기관이 13곳, 기타공공기관이 30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연임시키면서, 앞으론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바꾸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지방선거 등의 변수로 인해 '늦깎이 보은 인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공공기관 대표 공석'은…文정부 3월 임명 '가속'=전체 35곳의 공기업 중 현재 문재인정부가 수장 자리를 비워둔 곳은 7곳이다.



빈 자리가 두드러지는 곳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소관 공기업들이다. 7곳 중 4곳이 산자부 소관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언급된 한전을 비롯해 △한국수력원자원(한수원) △한국석유공사 △한전KPS 등이 새 기관장 인선 대상이다.

앞서 국회의원들은 관련 기관장 공석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열린 산업위 전체회의에서 "기관장들이 너무 장기관 공석으로 있어 기관 업무들이 마비 상태"라며 "국민들에게 도리가 아니"라고 백운규 산자부 장관을 압박했다.

이에 백 장관은 "송구스럽다"며 "조속히 (기관장이) 선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관련 기관들의 인사에 속도가 났다. 당시 비어있던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 전력 공기업 수장이 속속 채워졌고, 서부발전과 남부발전 등 2곳은 지난달 말 새 사장이 내정됐다.


다음 순번은 한전과 한수원 등 규모가 큰 공기업이다. 한전은 지난달 26일 사장 공모에 들어갔고, 이달 7일 마감한다. 당초 민주당 출신 유력 정치인들이 거론됐지만, 관료 출신으로 정리됐다.

한전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천한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행시 17회)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행시 23회), 조석 전 한수원 사장(행시 25회)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산업부 차관 출신이다. 관가에선 청와대가 김 회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이 돌지만, 오 전 사장과 조 전 사장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수원은 정재훈 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행시 26회)이 유력하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조환익 전 사장이 지난 5년간 조직을 잘 이끌어왔고, 선진 전력산업 기틀을 마련하는 등 한전의 위상이 강화됐다"며 "정치인 출신을 선임하는 것보다 산자부 출신 전문가를 선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논공행상 없다지만…'지방선거'가 변수=이명박·박근혜정부를 비롯한 앞선 정부는 보은인사로 분류되는 논공행상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받았다.

이명박정부의 경우 취임 9개월여 만인 2008년 11월 공공기관 305곳 중 180곳 기관장을 임명했다. 속도전의 배경에는 논공행상이 있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내고 "180명 신규 기관장 중 58명이 대통령 측근(대선캠프·서울시·현대건설 등), 낙천·낙선 인사 등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의 인선도 주요 비판 대상이었다. 정부 출범 후 1년을 평가하는 시점인 2014년 2월은 언론과 정치권은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해 '낙하산' '비전문가' 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문재인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문성 없는 정치인이 일부 기관장으로 임명됐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대표 인물로 국회의원 출신인 오영식 한국교통공사 사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이 거론됐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정치인을 임명하겠다는 원칙도 다가올 6.13 지방선거와 맞물려 '논공행상 연장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민주당이 여당으로 치르는 선거인 만큼 내부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경선에서 패배했거나 공천에 발탁되지 못한 인물들 중 개혁을 명분으로 '늦깎이 보은 인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기관장 임명뿐 아니라 기관 내 감사, 이사 등 '갈 곳 없는 정치인'들이 자리를 채울 곳도 많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적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제기에 문재인정부는 "개별 정치인들 중에서도 우수한 사람이 많다"고 해명한다.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막상 인사를 해보면 상당 영역에 경쟁력 있는 그룹이 정치인들"이라며 "개혁 과제가 있는 곳엔 가급적 역량 있는 정치인들이 가도록 하는데, 이것이 다 섞여서 낙하산이라 비판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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