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中 등 전세계 ‘도미노 보복’ 예고…무역전쟁 전면전 위기 고조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2018.03.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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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제품 보복관세’ 맞대응에 트럼프 다시 '유럽車 관세' 위협

美·EU·中 등 전세계 ‘도미노 보복’ 예고…무역전쟁 전면전 위기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폭탄’ 발표가 세계적 '도미노 보복조치'를 촉발하며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맞대응을 예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유럽산 자동차를 겨냥한 보복관세 맞불을 놓으며 보복의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유럽 보복관세에 트럼프 다시 보복관세 위협 '악순환'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EU가 미국 기업들에 대해 이미 엄청나게 높은 관세와 장벽을 더 높이려고 한다면 우리도 그야말로 미국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들의 자동차에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미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차 브랜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EU가 미국의 철강 관세폭탄에 '맞대응'을 경고하자 여기에 다시 맞불을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한 독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할리 데이비슨,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EU는 미국산 철강, 농산물 등 약 35억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이르면 5일 중 회원국들에게 관세 부과 대상 수입품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집행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와 다른 보복조치들을 부과할 것"이라며 "우리는 위험한 도미노 현상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도 보복 시사·日도 우려 표명…中도 나설 듯

EU외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도 일제히 보복조치 검토에 나섰다. 미국 최대 철강 수출국인 캐나다의 프랑수아-필립 상파뉴 국제무역부 장관은 1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철강 관세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캐나다의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 관계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중국도 농산물에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개막한 중국 최고 국정 자문회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도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리 다우쿼이 전 인민은행 고문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정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미국의) 일부 제품 가격이 너무 낮다. 미 정부가 포드 자동차 등을 지원해주고 있는 게 불공정 무역의 한 예"라고 꼬집었다.

일본도 유감을 표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3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동맹국인 일본산 철강·알루미늄의 대미 수출은 미국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일본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게 "미국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업계의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세계 최대 맥주업체 미국 안호이저부시는 "트럼프의 계획이 일자리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대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도 코센 일본 철강협회 회장 역시 "부정적인 연쇄반응을 만들어서 철강 산업 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베르토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전세계가 서서히 무역전쟁으로 빠져들고 있는 위험에 놓였다"며 "확전가능성이 현실이 됐다. 무역전쟁은 누구의 이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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