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에…부산 지자체, '이윤택 지우기' 나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8.03.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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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이윤택(67). /사진= 머니투데이DB연출가 이윤택(67). /사진= 머니투데이DB


미투(#Me too)운동으로 촉발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7) 성추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부산시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윤택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1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부산 동구는 초량동 초량초등학교 인근 초량 이바구길에 있던 이씨의 동판을 철거했다.



동구 관계자는 "설 연휴와 봄철을 맞아 이바구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민원을 제기해 철거를 결정했다"고 철거 이유를 밝혔다.

부산시는 2013년 이씨의 연극 활동을 기리기 위해 초량동 이바구길 '인물사 담장'에 이씨의 동판을 설치했다.



부산 기장군은 '극단 가마골'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안데르센 극장'의 계약을 해지했다. 2020년 완공될 '안데르센 동화마을' 안에 자리한 안데르센 극장은 극단 가마골이 내년까지 운영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씨의 성추문이 불거지며 파장을 우려한 기장군이 발빠르게 계약을 해지했다.

기장군은 새로 위탁사업자 선정 과정을 거쳐 안데르센극장을 다시 개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28일 부산 동구청이 초량동 이바구길에 내걸린 이윤택 연출감독 기념 동판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지난 2월28일 부산 동구청이 초량동 이바구길에 내걸린 이윤택 연출감독 기념 동판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극단 가마골도 이씨가 주도하던 '연희단거리패'가 해체를 발표한 이후 매각 계획을 발표해 사실상 폐쇄 분위기다. 동남권 문화의 거점으로 주목받았던 극단 가마골은 이씨가 직접 작품을 연출하는 등 설립부터 운영까지 이씨의 영향을 받은 단체다.


이 밖에도 김해시가 이씨가 대표로 있는 김해예술창작스튜디오 운영단체인 도요창작스튜디오와 위·수탁 계약을 해지했다.

부산지역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문화예술계 전반에 자정 운동이 벌어져 새로운 양성평등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며 "부산지역에도 새로운 문화예술의 싹이 제대로 틔울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이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16명과 이들을 지원하고자 구성된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이 강간치상,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이씨를 고소해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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