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혁신성장의 마중물 '공공조달'

머니투데이 박춘섭 조달청장 2018.03.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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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섭 조달청장

박춘섭 조달청장./사진제공=조달청박춘섭 조달청장./사진제공=조달청


최근 인명구조용 드론의 활약상이 외신에 소개된 적이 있다. 호주 동부 해안가에서 소년 두 명이 수영을 하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생사의 갈림길에 처했다. 이때 안전요원이 구명장비를 드론에 실어 신속하게 사고현장으로 보냈다. 드론이 위험지역을 날아 구명 장비를 떨어뜨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70초. 위기의 소년들은 구명 장비를 받아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국내 공공부문에서도 드론의 활용이 눈에 띈다. 고성능의 광학·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영상처리 기술을 갖춘 실종자 수색 드론, 대기 경계층인 2.5㎞의 고도까지 운용 가능한 기상관측용 드론 등이 공공용으로 개발 중이다.



환경과 에너지 효율 차원에서 고려되고 있는 '초소형 전기차'도 개발에 들어갔다. 초소형 전기차는 우편집배원들의 오토바이 배송 체계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대체하거나 좁은 골목과 인파가 많은 지역 등 기존 경찰순찰차로 커버하기 힘든 곳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인 자율주행버스 기술'은 장거리 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 사고나 대도시 심야 대중교통 수요 대응 등 지역 교통당국의 난제를 해결해 줄 유용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융합과 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정부기관도 과거의 전통적인 기술에 안주해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공공조달시장의 큰손인 조달청도 '공공혁신조달'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공공혁신조달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절차와 형식 중심의 전통적인 조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무엇을 사야 할 것인가'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공공부문이 선제적으로 구매함으로써 '산업혁신'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혁신조달의 대표적인 모델은 캐나다 연방조달청(PSPC)이 도입한 '공공 테스트베드 사업(BCIP)이다. 지난 2013년부터 연간 200억~300억원의 예산을 연방 조달청에 미리 편성하고 시중에 상용화되지 않은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정해 공공기관에 시범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실시간 공공건물 보안 시스템', '광대역 지진·진동 감지 장치' 등 총 200여건에 달하는 혁신기업 제품을 공급해왔고 성공률도 9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달청은 '한국형 공공혁신조달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연간 88조원의 거래가 이뤄지는 국가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활용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한 공급업체가 스스로 자신의 제품을 등록, 직접 제안할 수 있는 가칭 '공공 혁신조달 장터'를 구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국가 R&D 사업이 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에 중점을 두었다면 공공혁신조달 장터는 기술개발은 기업에 맡기되 개발 제품의 실제 구매를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달청은 앞으로 혁신기술제품이 공공조달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Henry Ford)는 '만약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단지 더 빠른 말(faster horses)을 원했을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그렇듯 4차 산업 혁명의 물결 속에서 정부의 구매 행태도 변해야 한다. 정부 구매 담당자들이 '더 빠른 말'만을 구하기보다는, 시장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찾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연간 120조원의 막대한 구매력을 가진 정부가 나서서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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