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20분전 '기사회생'한 근로기준법…내막은?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18.03.0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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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김성태, '명분' '실리' 두 마리 토끼 잡아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2018.02.28.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2018.02.28. [email protected]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 걸릴 뻔 했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기사회생’했다.28일 국회 본회의 개의 예정 시간 20분 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극적인 합의를 이뤄내면서다. 자유한국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 관련 대정부 현안질의까지 얻어내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했다.


법사위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환노위에서 의결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진행하려했다. 그러나 법사위에 상정되는 과정에서 한국당은 국회법에 규정된 법사위 숙려기간을 지키지 않고 즉시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딴지를 걸었다.


국회법은 상임위에서 심사한 법률에 대해 5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친 뒤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경우에는 예외를 두고 있지만 결국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날 법사위 안건에서 빠져 논의가 보류됐다.


이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작전’이자 '묘수'였다. 한국당 내부에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만들어 낸 근로시간 단축 등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이지만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이 협상을 주도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계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반발이었다.


한국당이 주장하던 휴일근로 할증률을 150%(민주당은 200% 주장)로 지켜냈지만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민간에도 적용키로 하면서 법정공휴일이 유급휴일이 된 것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결과적으로 공휴일에 일을 할 경우 8시간 기준으로 평일 임금의 150% 수준의 휴일 근로수당도 받고 평일 수준의 임금도 받아 총 250% 임금을 받게 돼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 다는 주장이었다. 특례업종 축소도 기업 부담을 늘렸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 반발을 무마시키지 못할 경우 근로기준법 개정안 합의를 사실상 주도한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합의를 번복할 경우 한국당이 모든 비판과 부담을 져야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이끌어 다시 회동장으로 향하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은 이날 본회의 처리 안건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으며 오후 3시에 본회의를 개의하기로 했다. 2018.2.28/뉴스1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이끌어 다시 회동장으로 향하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은 이날 본회의 처리 안건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으며 오후 3시에 본회의를 개의하기로 했다. 2018.2.28/뉴스1

이에 김 원내대표는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전하며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매개로 물밑작업에 나섰다. 당내 최우선 현안인 '김영철 방남 관련 대정부 현안질의'를 여당이 수용하도록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경위를 따져묻기 위해 국회 운영위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도 국회 운영위와 정보위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김영철 방남 배경과 내용을 묻는 질의를 하려 했지만 민주당이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김영철 방남 관련 대정부 현안질의는 바른미래당의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초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가는 등 맞섰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청와대 홍위병 노릇을 하면서 근로시간 단축법안마저도 '걷어차려면 걷어차라'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개정안 합의가 다시 깨질 경우 여당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부담이 됐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또 다시 무산되는 점도 운신의 폭을 좁혔다.


결국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개의 20분을 앞두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출석시키지 않는 선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요구하는 대정부현안질의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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