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올림픽] ⑥올림픽 정신의 '명과 암'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18.02.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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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와 고다이라의 아름다운 '우정' VS '단합'이 무너진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의 '추락'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왼쪽)를 고다이라 나오(일본)가 위로하고 있다. /강릉=뉴스1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왼쪽)를 고다이라 나오(일본)가 위로하고 있다. /강릉=뉴스1


17일간의 대장정을 치르는 동안 선수들은 매 경기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빛나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반면 팀 내 불화와 의사소통 부재 등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사례는 여론의 도마에 오르며 실망감을 안겼다.

18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에 '빙속 여제' 이상화(29)가 레이스를 마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올림픽 3연패'라는 목표에 대한 부담감과 고질적인 무릎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값진 은메달을 따낸 '인간승리'는 큰 감동을 줬다.



이어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32·일본)의 '한일전' 속에서 보여준 선의의 경쟁이 화제가 됐다.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에게 올림픽 우승을 차지한 '라이벌' 고다이라가 다가가 포옹하며 위로했다.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고다이라는 어눌한 한국말로 "잘했어"라고 말한 후 영어로 "I still respect you(난 널 여전히 존경해)"라고 말했다. 이상화도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경기 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고다이라와 함께 찍힌 사진을 올리며 "한일전은 감동이었다"고 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연출한 '화합'의 배경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우정이 있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는 나 자신의 슬럼프 때 옆에서 함께 자리를 지켜준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월드컵 첫 출전에서 정말 풀리지 않아 경기장에서 혼자 울고 있었을 때 상화가 내게 와서 함께 울어줬다"고 밝혔다.

노선영(오른쪽)이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김보름(왼쪽), 박지우에 뒤처지면서 '팀워크 불신' 논란이 불거졌다. /강릉=뉴스1 노선영(오른쪽)이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김보름(왼쪽), 박지우에 뒤처지면서 '팀워크 불신' 논란이 불거졌다. /강릉=뉴스1
반면 팀워크가 무너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의 '추락'은 올림픽정신을 무색하게 했다. 19일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경기 막판 홀로 뒤처진 노선영을 두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팀추월 종목의 주요 가치인 ‘단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경기 후 노선영을 제외한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노선영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서로 보듬지 못하고 각자 ‘따로 노는 듯’한 모양새에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어 여자 팀추월 백철기 감독이 팀추월 사태에 대해 "노선영의 제안으로 택한 전략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노선영이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백 감독이 "(그 제안을) 나만 들은 것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다. 사태의 원인으로 선수 간 불화와 충분하지 못한 훈련 문제가 잇달아 제기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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