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간첩단사건' 강용주씨, '보안관찰법 위반' 1심 무죄(종합)

뉴스1 제공 2018.02.21 16:40
글자크기

法 "보안관찰 기간 갱신 처분 위법…재범 위험 없다"

=
강용주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강용주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간 옥고를 치른 후 보안관찰 처분에 불복해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용주씨(55)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21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판사는 강씨가 세 차례의 보안관찰 기간 갱신 처분에서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강씨에게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씨에게 기간 갱신 처분이 필요한 정도의 재범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처분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다.

조 판사는 "강씨의 거주 형태나 직업, 활동 등을 볼때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 생활을 하고 있다"며 "신고의무 부과의 전제가 되는 보안관찰 기간 갱신 처분이 위법하면, 법치주의의 원칙상 기본권 보장 규정을 위반한 것 강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판사는 강씨가 보안관찰법 폐지를 주장하며 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등의 행동이 보안관찰을 방해해 재범을 방지하려는 목적 달성을 곤란하게 하거나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를 부인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들을 접촉해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단체에서 주관하는 강연 등에 참여한다고 해서 범죄 관련자와 회합하거나 해당 범죄에 관한 구체적인 활동은 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조 판사는 보안관찰 제도 자체가 헌법에 반한거나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강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보안관찰제도의 합법성을 인정했고, 아직 남북한 긴장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사정변경이 없다는 것이다.

보안관찰 제도의 입법 목적 자체가 정당하고 제도 자체가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보다 관찰 대상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는게 기본권을 오히려 덜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간 옥고를 치른 강씨는 1999년 출소후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로 분류돼 3개월마다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신고해야 했다. 그러나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2002년과 2010년 각각 벌금 50만원과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12월 근무하던 병원에서 연행돼 조사를 받은 강씨는 지난해 4월28일 다시 법정에 섰다.

검찰은 "신고 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다"며 강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 후 강씨는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가 법치주의와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임무를 다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 감사하다"며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이 우리 삶에 공기처럼 물처럼 스며드는 사회로 나아가는 판결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