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윤택, '성폭력 의혹'에 "불가피했다"…거장답지 않은 사과

머니투데이 박치현 기자, 한민선 기자 2018.02.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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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의혹에 "잘못 통감하나 성폭행 아냐" 반쪽 사과…추가 폭로 이어져

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머리 숙여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머리 숙여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metoo'(미투) 고백으로 시작된 '연극계 거장' 이윤택 전 연희단거래패 연출의 성폭력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 전 연출이 공개사과 자리를 가졌지만 성폭행 사실은 부인하는 등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 전 연출은 19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공개사과 자리를 갖고 자신을 향해 불거진 성추행 의혹에 대해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10년 전 이 전 연출이 안마를 시키며 강제로 성기 주변을 문지르게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15일에는 배우 김수경이 "발성을 가르친다며 이 전 연출이 온몸을 더듬었다"고 고백했다.



안마와 발성연습을 핑계로 자행된 성추행에 대해 잘못을 시인한 이 전 연출은 그러나 "예전에는 남자든 여자든…"이라며 말끝을 흐리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또 "발성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불가피하게 가슴이나 척추를 터치하게 (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성폭행 의혹을 두고는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합의 하에 했느냐'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는 긴 침묵을 지켰다. 김보리씨(가명)는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이윤택씨로부터 2001년, 2002년에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배우 김지현씨도 19일 SNS를 통해 "2005년 성폭행을 당해 낙태를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연출이 과거에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으며 이미 여러 차례 반복 사과한 사실도 드러났다. 스스로의 발언을 통해서다. 이 전 연출은 "단원들이 (성폭력에 대해) 항의할 때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는데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역시 "5년 전 극단 내에서 전체 막내단원들을 모아놓고 (이 전 연출이) '정말 미안하다' '고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성추행은 인정하고 잘못했지만 성폭행은 아니라는 이 전 연출의 이날 '사과'는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셈이 됐다. 이 전 연출과 관련 연극단체의 성폭력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이 전 연출의 공개사과 다음날인 20일 오후 3시 현재 5만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번 사안을 넘어서 연극계 전체에 미투 운동을 확산시키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 전 연출의 기자회견 현장에 참석한 설유진 극단907 대표는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는 창구이자, 연극계 전체적으로 어떤 것이 성추행인지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에 연극 관계자들과 모임을 가졌다"며 첫 번째 모임에 20여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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