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 빼면 수학도 아냐" vs "학습부담 줄여야"

뉴스1 제공 2018.02.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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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수능 수학 출제범위 두고 반응 엇갈려
최종 결론까지 논란 불가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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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에듀웰센터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18.2.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에듀웰센터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18.2.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9일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응시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범위 검토안이 공개된 가운데 교육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수학, 과학탐구, 국어 등 특정분야 포함 여부를 둘러싼 쟁점이 있는 영역들에 대해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과생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종전 과목명 '기하와 벡터')가 빠진 것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 등을 다루는 '기하'는 그동안 수학 가형의 핵심 분야로 꼽혔다. 2018학년도 수능 수학 가형 30문항 가운데 9개 문항이 기하에서 출제됐고 배점은 원점수 기준 29점에 달했다.



이공계열 학생에게 필수 학문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하' 제외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임정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교육개발실장은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을 보면 기하에 대해 '자연과학, 공학, 의학뿐만 아니라 경제·경영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분야를 학습하는데 기초가 된다'며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공계 진학 희망 학생에게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하가 수능 출제범위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수학과 교수는 "수학에서 기하를 빼면 미적분 말고는 가르칠 게 없고 '수학'이라고 하기도 어려워진다"고 잘라 말했다.

'기하' 제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가 교육청, 교수·교사, 학부모 등 2119명을 대상으로 수학 가형 검토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84%가 찬성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이날 논평을 내고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학 교육과정이 바뀐 상황에서 수능 수학 시험범위도 이를 반영해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며 "올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대부분 배우지 않을 '기하'는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한 일반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조모 교사는 "학생의 학습부담을 줄이고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기하를 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문과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 제시안에 대해서는 비판적 의견이 많다. 교육부는 '공통수학' '수학Ⅱ' '확률과 통계'의 1안,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의 2안을 제시했다.

사교육걱정은 이에 대해 "1안은 현행 수능보다 시험범위가 더 늘어나고 심지어 이과보다도 범위가 많아 학습부담 가중이 극심하다"며 "2안도 지난 교육과정에서 이과생들이 배웠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이 포함돼 부담은 배가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수학 교사는 "수학 나형 출제범위 제시안은 문과생 '수포자(수학포기자) 줄이기'가 아니라 '수포자 늘리기'를 위한 시도나 다름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과학탐구의 '과학Ⅱ' 과목 포함여부도 논란이다. 교육부는 단일안을 제시했다. 종전대로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를 모두 출제범위에 포함했다.

이를 두고 교육부가 '과학Ⅱ' 과목을 포함한다고 이미 밝혔고 또 다수가 지지한다는 점을 들어 과학Ⅱ를 출제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임정 실장은 "지난해 8월 수능 개편 유예 발표 때 과학탐구는 기존과 동일한 구조를 유지하기로 확약했기 때문에 과학Ⅱ를 포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교육부 설문 결과 응답자(1529명)의 69%가 과학Ⅱ의 수능 출제에 찬성한 것을 보면 교육계나 학교현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대 입장도 있다. 서울 일반고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박모 교사는 "과학Ⅱ의 수능 출제범위 포함으로 수업방식의 다양화는 사실상 어려워졌고 수능준비를 위한 지식전달형 수업에 얽매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또 과학Ⅱ는 소수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택을 하기 때문에 입시실적이 중요한 학교 입장에서는 이들을 위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게돼 다른 학생들이 소외될 우려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국어에서는 '매체' 포함여부가 쟁점이다. 교육부는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을 포함한 1-1안과 여기서 '매체'만 뺀 1-2안, '언어와 매체'를 제외한 2안 등 3가지 안을 제시했다.

현재 1안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매체를 넣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다.

'매체 제외'를 주장하는 쪽은 출제가 용이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구본관 서울대 교수는 "매체를 포함할 경우 기존 수능 출제기조를 유지한다는 교육부 발표와 배치된다"며 "그동안 매체가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은데다 영역 성격상 5지선다형 출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교 국어교사 출신인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매체 분야 문제는 지난 수능에서도 출제된 적이 있고 출제할만한 전문가들도 충분하다"며 "또 '언어' 과목 따로 '매체' 과목 따로라면 매체를 제외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언어와 매체'가 한 과목인 상황에서 매체만 똑 떼어내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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