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펀드 50%룰, 제도 변경 섬세해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02.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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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자산운용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은행·증권사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 판매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50%인 연간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2022년까지 25%로 축소하겠다며 2월 중 제도 변경을 예고했다.

이는 기존 '펀드 판매 50%룰'을 강화한 것이다. 대형 은행·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우량 펀드를 판매하기보단 계열사 펀드를 추천하는 일종의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건전한 시장경쟁을 유도하고 불완전 판매를 막으려는 제도의 취지는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이 제도로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게 됐는데 신영증권과 신영증권의 단골 고객들이다.

신영증권과 신영자산운용은 일관된 가치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신영마라톤, 신영밸류고배당이라는 펀드 시장의 기린아를 탄생시켰다. 두 펀드는 2002년, 2003년 설정 후 580%, 686%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신뢰가 바닥을 친 국내 펀드 시장에서 판매사에게도, 투자자에게도 환영받는 보기 드문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신영증권의 2017년 펀드 판매 금액은 총 1조4515억원이며 이 중 신영자산운용 펀드는 4252억원(31%)이다. 향후 초과된 비중을 줄이기 위해 신영자산운용 펀드 판매를 중단하거나 타사 펀드를 늘려야 한다.

문제는 펀드 판매를 중단해 줄어들 수수료 수익이 아니다. 고객이 헛걸음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점이 14개밖에 안 되는 신영증권 지점을 '굳이' 찾는 고객 다수는 신영자산운용 펀드를 가입하기 위한 사람이 많다. 가치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공들어 만든 펀드를 정작 모회사 신영증권이 못 판다는 것도 문제다. '25%룰'을 지키느라 고객에게 성과가 떨어지는 타사의 펀드 가입을 권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는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곳은 없어야 한다. 금감원 또는 전문평가기관 인증을 받은 우수펀드는 25%룰에서 제외해주거나 중소형사는 예외로 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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