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용서'도 사람을 죽이고 싶은 분노에서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02.1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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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복수 대신 용서를 결심한 46명의 이야기

'위대한 용서'도 사람을 죽이고 싶은 분노에서 시작됐다


요즘 상처 받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속으로 삭히던 상처를 밖으로 분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를 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용서가 최고의 복수'라는 말은 야속하게만 들린다.

범인(凡人)들에게 죄와 용서에 관한 종교적 진리, 철학적 성찰은 '그들이 사는 세상' 얘기다. 용서의 조건이나 가치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수많은 감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어쩌면 용서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용서'라는 단어에 꼬리표처럼 붙는 '위대함', '기적' 등 수식어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진정으로 용서를 경험해 본 이는 많지 않다.



책은 영국 유명 저널리스트 마리나 칸타쿠지노가 2004년 설립한 비영리 자선단체 '용서 프로젝트'를 통해 진정한 용서를 경험한 46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대나 폭력, 테러, 학살, 전쟁 등 물리적·정신적 외상을 입었지만 복수 대신 용서를 택한 이들이다. 아들은 죽인 소년을 용서하고,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용서하고, 아버지를 죽인 테러범을 용서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이들의 용서도 사람을 죽이고 싶은 분노와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용서가 상처와 트라우마를 탄력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란 것을 알게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계기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에 따라 용서는 시시각각 달리 보인다고 한다. 그렇게 '결심'한 용서가 그 후 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마리나 칸타쿠지노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308쪽/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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