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올라가지만 일자리는 줄어든다. 무인 편의점,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으로 계산대 점원, 택시 운전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인공지능은 세계적인 바둑 천재들을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기사도 쓰고 음악도 작곡하고 소설도 쓴다. 사람보다 더 빨리 더 잘하는 '로봇'들이 넘쳐난다.
부장님이 아니라 이제 알고리즘(컴퓨터 명령체계)를 상사로 모시는 꼴이 됐다. 수십 년 전, 세상에 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여겨 선택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등은 사회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과거엔 컴퓨터가 사람을 위해 일했다면 이젠 점점 사람이 컴퓨터를 위해 일하고 있다.
무책임해보이는 단촐한 답변에 대한 해설에는 책임감있게 설명이 붙는다. 지난 30년 간 기술의 발전과 사회 변화의 핵심을 되짚어가며 앞으로 펼쳐질 미래 사회의 총체적 모습을 정교한 지도로 묘사하고 있다. 기본소득, 로봇세, 일자리 등 사회·경제적 이슈뿐만 아니라 미래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번째는 인터넷 상용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등장, 닷컴버블의 붕괴 이후 웹의 르네상스를 이끈 핵심 동력,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로의 전환 등 혁신의 흐름에 대해 저자가 몸담은 기업이 미래를 예측한 기법을 공유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주문형 서비스, 네트워크와 플랫폼,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비즈니스, 교육, 정부, 금융시장과 경제의 특성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살펴본다. 또한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전 세계적인 디지털 플랫폼의 부상과 이 플랫폼이 어떻게 사회를 재구성하는지 쉽게 설명해준다.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서 우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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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번째에서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향해야 할 미래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기계와 인간이 서로 배척하는 대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존재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영역은 여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대표적인 영역은 보살핌과 창조성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
저자는 온라인 학습, 콘퍼런스 개최 등을 통해 혁신 기술, 웹2.0, 정부2.0, 메이커운동, 빅데이터 등을 발굴·소개해 온 오라일리 미디어 설립자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또 기술이 우리의 일자리를 앗아가겠지만 그와 동시에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낼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자연스레 첨단 기술로 대체하려들지 말고 인간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신기할 수 있지만 어느새 익숙한 존재가 되고, 더 미래에는 '구식'으로 치부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것. 방구석에 처박힌 신세가 된 필름 카메라나 카세트테이프처럼 말이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따라 발전 방향이 좌우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로봇에 정복당할까봐 두려워 하고 있을 시간에 인간과 기술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짚어보고 앞으로 내가 할 선택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편이 현명하다. 인간은 로봇은 결코 할 수 없는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가 바뀌고 운명이 바뀐다.
◇왓츠 더 퓨처=팀 오라일리 지음. 김진희, 이윤진, 김정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612쪽/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