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재판 중인 구속 피의자 강제 이감은 '인권침해'"

뉴스1 제공 2018.02.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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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의 방어권 행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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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뉴스1 DB국가인권위원회 /뉴스1 DB


국가인권위원회가 재판 중인 피의자를 다른 사건 조사를 이유로 멀리 떨어진 타 교정시설로 강제 이감시킨 검찰의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재판을 받고 있는 교도소 수용자를 강제 이감시킨 검사에게 주의 조치를 할 것을 A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태점검과 함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사기 혐의로 구속돼 수도권의 한 교도소에 수감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B씨는 재판과 관계없는 검사가 다른 사건의 조사를 위해 자신을 영남지역의 구치소에 10일간 강제 이감시켜 변호사 접견을 하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검찰은 "B씨에게 무고혐의가 있어 소환 조사가 필요했고 고소사건의 피의자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B씨에 대한 단독 조사 후 대질 조사여부를 결정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결과, 검찰은 B씨를 소환 조사하면서 어떤 사건에 조사를 받는지 사전에 통지 하지 않았고, 재판이 임박한 시점에서 B씨가 다른 구치소로 이감되는 것을 거부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또 검찰은 재판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B씨를 이감한 뒤 9일이 지나서야 조사했고, 이감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 또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수용자가 구속된 범죄와 관련 공소제기 전 조사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사전에 사건에 관해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조사받는지 통지해야 한다"며 "특히 수용자가 사건 조사를 위한 이감에 응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때에는 법원의 영장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인권위가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 동안 법무부에서 검사의 사건 수사를 위해 재판 중인 수용자를 다른 교정시설로 이감 조사한 건수를 파악한 결과 420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수용자의 구금 장소를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재판 진행 중인 수용자의 방어권 행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수용자의 형사 절차상 권리 보호를 위해 수용자 이감 조사에 대한 검찰청 차원의 실태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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