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학부모 불안감 파먹는 '코딩 광풍'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8.0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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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 코딩교육 열풍 ⑥]코딩교육 의무화에 불안한 학부모 사교육 '노크'…학원비 수학 과목 뛰어 넘어

[MT리포트]학부모 불안감 파먹는 '코딩 광풍'


"공부만 잘하면 좋은 노동자는 될 수 있어요.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 리더가 되려면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울 강남의 한 어린이전문 코딩학원 원장의 말이다. 이 학원은 총 6단계의 정규과정과 로봇 컴퓨팅반, 코딩 속성반 등으로 '코딩'을 가르친다. 정규과정의 경우 한 달 수강료가 20만원 수준. 인근 학원 중 저렴한 축에 속하지만 각종 특강을 더할 경우 90만원까지 학원비가 치솟는다. 강남의 또 다른 코딩학원은 정보올림피아드반을 개설, 한 달에 40만원을 받고 있다. 수행평가 대비반이나 삼성전자나 넥슨 등 대기업의 경진대회 준비반을 운영하는 코딩학원도 있다.

올해부터 중학교를 시작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최근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이 급증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였지만 사교육 시장만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최근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학원·교습소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코딩 과목을 개설한 학원과 교습소는 2015년 3곳에서 지난해 25곳으로 크게 늘었다. 학원은 2곳에서 16곳으로, 교습소는 1곳에서 17곳으로 확대됐다. 특히 강남에만 2년 새 학원 10곳이 새로 생겼다.

그동안 코딩 등 컴퓨터 관련 수업은 컴퓨터학원에서 진행돼왔다. 그러나 최근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코딩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들도 생기고 있다. 수학적 사고방식을 가르친다며 수학 과목을 추가로 넣거나 수학학원에서 코딩 강의를 특강으로 개설해두고 권유하기도 한다.



코딩 열풍은 교육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서울 시내 코딩과목의 월평균 교습비는 29만6000원. 강남·서초지역은 37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수학과목의 월평균 교습비 29만1000원을 뛰어넘었다. 3일에 90만원짜리 코딩캠프도 등장했다. 미국에 가 실리콘밸리 등을 돌아보고 오는 수백만원 대 캠프도 있다.

입시 위주 공교육 시스템이 건재한 상황에서 SW 특기전형 확대와 SW 의무교육이 시행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네이버 카페 하우투, 분따, 레몬테라스 등 학부모 중심 커뮤니티에는 겨울 방학과 코딩 교육 정규교과 편입을 앞두고 아이의 교육을 문의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에 편승한 코딩 사교육에 불이 붙자 정부는 집중 단속을 벌이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소프트웨어 사교육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선행학습 유발광고, 교습비 등 적정 게시 및 미신고 코딩과외 집중 점검을 벌였다. 이어 이달부터 여성가족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학원 지도·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소프트웨어, 코딩교습을 허위·과대 광고하는 정보학원도 점검대상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목동 지역에서 교육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씨(47)는 "4월 과학의 달 행사 입상을 목표로 하는 아두이노 코딩 교육 프로그램이 이번 겨울 방학을 휩쓸고 갔을 정도로 학부모들 사이 최대 이슈였다"며 "한 번도 코딩 교육을 겪어보지 않은 학부모들의 무지를 이용해 불필요하고 과한 코딩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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