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대한민국 코딩교육 열풍…허와 실은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8.0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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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 코딩교육 열풍 ②]창의력 키우기 위한 코딩, 입시 과목으로 전락 우려…교원 질 담보 못하는 SW 공교육 우려 여전

[MT리포트]대한민국 코딩교육 열풍…허와 실은


# “잼을 바른 빵이 먹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 줄래?” 아이들에게 “배고프다”며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을 적어 달라던 아빠는 아이들이 써준 순서대로 빵에 잼을 바르기 시작한다. 아빠가 뚜껑을 열지 않은 채 잼을 바르려고 하자 아이는 아빠의 손을 덥석 잡는다. 아빠는 “종이에 뚜껑을 열라고 적혀 있지 않았다”며 방금 한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유튜브를 통해 전파된 이 영상은 바람직한 코딩 교육의 사례로 화제가 됐다. 빵에 잼을 바르기 위해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컴퓨팅적 사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서울 목동 △△컴퓨터학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청소년들이 북적인다. 성인반 위주로 운영되던 학원에 올해부터 중학생들이 몰렸다. PC 앞에 앉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은 ‘자료구조’라는 알고리즘. 공과대 2학년 학생들이 전공필수로 배우는 것을 중학생들이 배우고 있었다. 대학 소프트웨어(SW)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려는 발 빠른 부모 등에 떠밀려 온 아이들은 멍한 눈빛으로 모니터만 쳐다봤다.



코딩(Coding) 교육을 바라보는 해외와 국내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코딩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세상을 주도할 SW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법론이다. 코딩을 잘하려면 문제 해결방식 혹은 아이디어 구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사고력이 요구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는 인재의 소양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앞다퉈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을 편입한 이유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중학교 교과과정에 SW 교육이 편입된다. SW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SW 특기전형도 크게 늘었다. 이와 맞물려 코딩 교육 열풍이 뜨겁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물음표가 달린다. SW 교육 문호가 넓어진 만큼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부담만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 시장만 키우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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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인재 육성’…이유있는 SW 공교육 편입정책=올해부터 초중고 교과과정에 SW 의무교육이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중학교에서는 올해부터 34시간 이상, 초등학교에서는 내년부터 17시간 이상 SW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기존 심화 선택과목이던 ‘정보’ 과목이 올해 일반 선택과목으로 전환돼 보다 쉽게 SW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SW의 공교육 편입은 3년 전 정부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이뤄졌다. 지능 정보화 시대를 맞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SW로 구현할 줄 아는 미래 인재 양성 체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들이 컴퓨팅 사고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발 벗고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제2의 빌게이츠’, ‘제3의 저커버그’가 탄생할 수 있는 공교육 시스템을 갖추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교육 시장만 배불리는 꼴? 지적도=하지만 벌써부터 이런 취지가 왜곡될 위기다. 입시 위주 교육 시스템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한 SW 공교육 편입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국·영·수에 이은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강남, 강북 가릴 것 없이 코딩 경진대회 입상을 목표로 한 입시 코딩 교육이 활개를 치고 있는 이유다.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고액 코딩 교육 프로그램도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사설학원들이 입시를 위한 도구로 코딩을 활용하면서 ‘코딩을 위한 코딩’ 교육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설학원들의 단기 주입식 코딩교육에 반복 실수를 통해 스스로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겠다는 코딩 교육의 본질이 빠진 ‘공(空)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입학 사정관을 지낸 모 교수는 “SW만 잘해서 대학을 가겠다는 학생들은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보다 입시를 위한 공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며 “코딩 자체를 잘못해도 잠재성이 있는 학생을 길러내자는 SW 교육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학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 없이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선 SW 공교육 시행 초기부터 제반 상황들을 철저히 재점검할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철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교수는 “코딩은 디지털 세상을 보는 관점은 물론 정보윤리, 동료와의 협업 능력까지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며 “SW공교육이 SW 중심의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 양성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도록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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