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목동 △△컴퓨터학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청소년들이 북적인다. 성인반 위주로 운영되던 학원에 올해부터 중학생들이 몰렸다. PC 앞에 앉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은 ‘자료구조’라는 알고리즘. 공과대 2학년 학생들이 전공필수로 배우는 것을 중학생들이 배우고 있었다. 대학 소프트웨어(SW)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려는 발 빠른 부모 등에 떠밀려 온 아이들은 멍한 눈빛으로 모니터만 쳐다봤다.
SW의 공교육 편입은 3년 전 정부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이뤄졌다. 지능 정보화 시대를 맞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SW로 구현할 줄 아는 미래 인재 양성 체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들이 컴퓨팅 사고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발 벗고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제2의 빌게이츠’, ‘제3의 저커버그’가 탄생할 수 있는 공교육 시스템을 갖추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교육 시장만 배불리는 꼴? 지적도=하지만 벌써부터 이런 취지가 왜곡될 위기다. 입시 위주 교육 시스템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한 SW 공교육 편입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국·영·수에 이은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강남, 강북 가릴 것 없이 코딩 경진대회 입상을 목표로 한 입시 코딩 교육이 활개를 치고 있는 이유다.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고액 코딩 교육 프로그램도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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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원들이 입시를 위한 도구로 코딩을 활용하면서 ‘코딩을 위한 코딩’ 교육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설학원들의 단기 주입식 코딩교육에 반복 실수를 통해 스스로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겠다는 코딩 교육의 본질이 빠진 ‘공(空)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입학 사정관을 지낸 모 교수는 “SW만 잘해서 대학을 가겠다는 학생들은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보다 입시를 위한 공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며 “코딩 자체를 잘못해도 잠재성이 있는 학생을 길러내자는 SW 교육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학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 없이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선 SW 공교육 시행 초기부터 제반 상황들을 철저히 재점검할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철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교수는 “코딩은 디지털 세상을 보는 관점은 물론 정보윤리, 동료와의 협업 능력까지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며 “SW공교육이 SW 중심의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 양성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도록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