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1년 만의 석방 소감에서 그동안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한 죄송함과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는 말을 했다.
그동안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는 말은 그가 재판 과정에서 말했던 ‘승마지원’ 과정에서의 부적절해 보이는 대응 등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 과정에서나 재판 과정에서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나중에 알고 난 뒤에 보니 적절하지 못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1심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정경유착 사건이라고 봐 중형을 선고한 반면, 2심 재판부는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기업인을 겁박해 뇌물을 공여받은 사건으로 봤다. 사안에 대한 해석은 엇갈릴 수 있지만 어떻든 그 과정에서 기업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부회장 역시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라는 것은 주주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경영권 승계를 해줄 수 없다는 말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호소를 받아들였지만,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판결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도덕적 잣대는 법률적 잣대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우리 기업을 바라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출소하면서 지난 1년간 스스로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했다. 경위야 어떻든 지난 1년간을 계기로 삼성이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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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법률심인 대법원의 상고심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재판의 대부분의 결론은 2심에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며, 삼성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간의 과정을 통해 정치권력으로부터 기업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에 기업이 연루되지 않고, 경영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과감히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 출발해야 하는 숙제가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여 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전세계 IT 기업과 자동차 기업 CEO들이 참석해 4차 산업혁명기에 대비한 전략을 짜고 있을 때, 이 자리에 늘 참석했던 이 부회장의 부재는 아쉬웠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부회장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과거의 관행을 과감히 혁파하는 데 앞장 서고, 한국 대표 기업 삼성을 바로 세움으로써 스스로 인정받는 경영인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가 재판 과정에서 말했던 것처럼.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