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고 D-1…묵시적청탁과 수동적뇌물 논란 쟁점

뉴스1 제공 2018.02.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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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5일 오후2시 이재용 항소심 선고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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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약 89억원의 뇌물을 줬는가, 혹은 아닌가에 대한 2심 선고가 2월5일 오후 2시 내려진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해 12월27일 항소심 결심공판에 나와 "이번 재판은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판시하기 위한 자리로, 승계의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며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이 부회장에 구형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기소한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로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총수인데,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어떤 은밀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 청탁을 해야 했다고 본다. 반면 이 부회장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이 없었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이 부회장은 "저는 이건희 회장님처럼 선대 회장의 셋째 아들도 아닌 외아들이고, 후계 자리를 놓고 (형제간) 경쟁도 없었다"며 "회장님 와병 전후에 (사정이) 달라진 것이 없고 또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성공할) 자신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가 왜 뇌물까지 줘가면서 승계를 위한 청탁을 하겠나. 인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국내 매출이 10%에 불과하고 외국인 지분율이 54%인 삼성전자 회장을 한국의 대통령이 만들어줄수 있는지, 혹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은 2심 재판부에 내려진 숙제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는 두갈래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경우 총 53개의 대기업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해준 금액에 따라 낸 것으로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나머지 혐의는 최순실이 독일에 세운 컨설팅회사 코어스포츠로 간 승마지원금과 장시호가 이규혁 등 유명 국가대표 선수들을 내세워 영업을 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인지 아닌지 여부다.

◇묵시적 청탁·수동적 뇌물 논란 등 법리 다툼에 촉각


1심에 비해 법리 다툼에 무게를 두는 항소심이기에, 법조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한 법리 쟁점들이 이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특히 선고 직후 거센 논란에 휩싸인 '묵시적 청탁' 부분에 대한 특검과 삼성 측의 논박이 선고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심의 경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의 도움을 받기 위한 '명시적 청탁'을 하지 않았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묵시적, 간접적 청탁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과 대통령의 단독면담이 이뤄진 2015년 7월25일은 이미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 삼성물산 합병이 해결된 이후"라며 "삼성그룹 관련 말씀자료나 안종범 수첩의 기재만으로는 청탁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 부회장 등 삼성 측이 승계 작업에 관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최순실의 승마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요구에 응했으므로 수동적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기소한 법리 오류 논란도 핵심 쟁점이다. 특검은 승마지원금은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뇌물죄로 기소했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의 경우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하는 제3자뇌물죄로 구분해 기소했다. 그러다 최순실 측이 받은 승마지원금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동일시한 공소사실이 위법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특검은 이를 받아들여 공소장을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장인 정형식 부장판사는 항소심 변론종결 5일 전 특검에 "승마지원에 대해 단순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했는데 제3자 뇌물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지 검토해 보시라는 것"이라고 공소장 변경을 권유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분은) 원심(1심)에서도 중요하게 다퉜던 부분"이라며 "(승마지원을 받은 측이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비공무원인 최순실 측이라면) 제3자 뇌물공여지, 이게 어떻게 단순뇌물죄냐는 변호인단의 여러 주장이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재판부가 권유한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다.

이는 특검의 기소 직후부터 법조계에서 논란이 분분했던 사안이다. 승마지원금의 경우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최순실 둘 가운데 비공무원인 최순실 측이 승마지원금을 전부 받았기 때문에 단순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논란에도 특검은 1심부터 단순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권유 직후 특검은 제3자뇌물죄를 예비적으로 공소장에 추가했다. 예비적 추가란 쉽게 말해 'A 법리가 적용 안 된다면 B 법리로라도 봐 달라'는 것이다. 삼성 측은 그간 최순실 측이 받은 승마지원금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동일시한 단순뇌물죄 적용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변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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