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초소형차는 시속 80km까지만? 규제 발목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02.0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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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형 전기차 현주소]⑥무게, 속도, 길이, 너비 등 일일이 규정, 기술발전 저해 우려

르노삼성의 초소형차 트위지. /사진=김남이 기자르노삼성의 초소형차 트위지. /사진=김남이 기자


"초소형차는 시속 80km까지만 달리라는 건가요? 일반 자동차에도 없는 무게 제한을 왜 두는 겁니까?"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 국토부 홈페이지 입법예고 게시판에 올라온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의견 댓글이 76개를 기록했다. 통상 입법예고 게시판 안건에 1개 내외의 댓글이 붙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댓글의 내용은 하나같이 초소형차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집중됐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초소형차 차종분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게, 길이, 높이, 최고속도 등을 일일이 규정하는 것은 초소형차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현재 개정이 추진 중인 시행규칙에 신설되는 초소형차종은 △무게 600kg(배터리 포함) △길이 3.6m △너비 1.5m △높이 2m △최고시속 80km 이하로 제한된다. 해당 기준이 충족되지 못하면 초소형차 대신 일반 경차로 분류된다.

업계는 무게 제한 기준을 가장 부담스러워 한다. 전기를 이용해 움직이는 초소형차 특성상 배터리 성능이 중요한데, 출력이 높고 오래가는 배터리일수록 무겁기 때문이다. 무게를 줄이는데 치중하면 가볍고 약한 재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안전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속도 제한도 불만이 크다. 국토부가 초소형차의 속도를 시속 80km로 제한한 것은 안전 때문이지만, 기술발전으로 이 보다 빨리 달리는 차가 나오면 초소형차로 등록이 불가능하다. 정부 규제로 기술발전이 막힐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차량의 너비, 높이, 길이를 일일이 규정한 것도 문제다. 다양한 콘셉트와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초소형차 출시를 막을 수 있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초소형차 분류기준을 새로 만드는 것은 관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법으로는 초소형차를 분류할 기준이 없어 운행허가를 내줄 수 없다. 르노삼성이 제작한 '트위지'도 이 같은 문제로 2년여간 국내 판매가 지연됐다.


정부가 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초소형차를 경차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2016년 7월 신설하고 나서야 지난해부터 판매가 가능해졌다. 초소형차 활성화 목적을 달성하려면 현재 마련 중인 분류기준을 일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신설하는 분류기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소형차 기준이 있는 유럽 모델을 참조한 것"이라며 "배터리 출력이나 우리나라 도로 상황 등을 고려하면 규제를 대폭 완화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게 규정의 경우 업계 의견을 반영해 일부 완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국내 자동차 분류 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2인승 초소형전기차를 한동안 출시하지 못했다”며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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