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영웅' 정현 "더 높은 곳에서 올 시즌 마치고 싶다"(인터뷰)

스타뉴스 반얀트리호텔(서울)=김우종 기자 2018.02.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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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현 /사진=머니투데이 임한별 기자<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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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현 /사진=머니투데이 임한별 기자



한국 테니스 최초 그랜드 슬램 4강 신화를 일궈낸 정현(22)이 귀국 후 처음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정현은 2일 오전 11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라코스테와 함께하는 정현 GS 4강 진출 축하 기자 간담회'에 참석,

정현은 지난달 호주 멜버른서 열린 '2018 호주 오픈' 대회서 4강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페더러와 4강전에서 기권패 했지만, 물집 부상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회를 마친 정현은 지난달 28일 귀국한 뒤 부상 치료와 인터뷰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다음은 정현과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 박세리, 김연아, 박태환과 함께 거론되는데. 본인이 인기를 체감하나.



▶ 한국 와서 길거리를 돌아다니진 못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처음 한국 공항 도착했을 때 어느 정도겠지 생각했는데, 그때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그때 '내가 큰 대회서 잘하고 왔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나.

그래도 지난해 넥스트 제너레이션 이후보다 더 많이 나와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훨씬 많이 나와 주셔서 깜짝 놀랐다. 모든 팬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만명이 넘었다.


▶ (호주 오픈 이전) 일만 몇 명에서 시작해서, 조코비치랑 하면 100k 찍을 것이고, 페더러를 이기면 더 많아 질 것이다. 주위서 그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10만명 찍었으니까, 자연스럽게 100만명 정도(웃음), 갈 때까지 가봐야죠.

- 프랑스 오픈 목표는.

▶ 지난해 클레이 코트서 좋은 성적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욕심을 어느 정도 내고, 우승? 어느 정도로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4강을 갔기 때문이다. 대회 앞두고 사정권에 왔다고 보고 목표를 재설정할 것이다. 언젠가는 시상대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욕심이 있다.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하드 코트나 클레이 코트를 다 잘한다. 클레이 코트 시즌도 잘 준비해 마무리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본인 패션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 운동복만 입고 생활하다 보니 패션에 대해 잘 모른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서는 라코스테 후원사에서 잘 입혀주신다. 감사드린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색깔 맞춤'이 제 패션 철학이다. 시계만큼은 어딜 가나 꼭 차고 다니려고 한다. 안경은 경기장에 갈 때 혹시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니까 5개 정도 똑같은 안경을 챙긴다.

- 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 경기 직전에는 충분한 물을 마신다. 손에서 물병을 놓지 않는다. 훈련과 실전은 큰 차이가 난다. 연습 경기를 할 때에도 실전처럼 해야 한다고 저 스스로를 압박한다. 그 긴장감을 갖고 연습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 한다.

- 다른 종목서 친한 선수는.

▶ 테니스장에 오시는 팬 분들이 너무 부러웠는데, 저 역시 일반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배구장에 가보고 싶어 지난해 갔다. 기회가 되면 운동선수와 어떻게든 연락처를 주고받고 친해지려고 한다. 다른 스포츠 선수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이겨내는지 궁금하고 알려고 공부한다.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잘해야 팬 분들께서 더 많이 오실 것 같다.

- 밖에서의 모습은.

▶ IMG 아카데미 유학 갔을 때 붙여준 별명이 '프로페서(교수)'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쉬는 시간 10분 간 운동장에 바로 나가 뛰어논 뒤 수업 받으면서 평범하게 지냈다. 테니스를 안했다면 그때 친구들과 놀면서 평범하게 저녁에 맛있는 것 먹으면서 술 한 잔 마셨을 것 같다.

- 팬 분들은 언제 가장 큰 힘이 되나.

▶ 다른 외국 팬 분들은 영어로 응원을 해 주신다. 제가 한국말을 알아듣기 때문에 한국말이 들릴 때, 태극기가 보일 때 스스로 뿌듯하고 감사드린다.

- 동호회 선수들한테 전하고 싶은 백핸드 팁은.

▶ 저도 그 분들의 스윙을 건드릴 수가 없는데, 기본적인 자기만의 리듬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온몸의 힘을 뺀 상태서 폼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저도 그러려고 노력을 한다. 리듬이 경쾌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나만 치는 게 아니고, 계속 랠리를 하면서 리듬을 맞춰야 한다.

- '캡틴 보고 있나' 주인공인 김일순 감독을 만났나.

▶ 어제 저녁을 먹었다. 못했던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시간 나눴다. '사진 찍어둔 게 없다. 너 언제 볼지 모르니 사진 많이 찍자'고 말씀하셨다.

'4강 영웅' 정현 "더 높은 곳에서 올 시즌 마치고 싶다"(인터뷰)
- 본인이 나온 유튜브 영상을 보나.

▶ 제 영상을 잘 못 보는 편이다. 제 스윙이 마음에 안 들고, 오그라드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겼을 때 더 안 보는 편이다. 졌을 때는 더 싫어지니까 안 본다. 다른 선수들의 영상은 찾아보는 편인데 제 것은 안 보는 편이다. 성적을 떠나 전 오그라들어서 잘 못 보겠더라.

- 가장 결정적이었던 승부처. 그리고 평창 평화 올림픽 메시지를 전한다면.

▶ 그랜드슬램이다 보니 다 중요했지만, 조코비치와 경기가 2년 전에 똑같은 코트서 해봤다. 그 곳에서 승리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평창 올림픽이 우리나라서 열리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시간 되면 구경 가보고 싶다. 같은 스포츠인으로서 구경 가고 싶다. 선수와 스태프 모두 부상 없이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

조코비치의 경우, 즈베레프랑 붙기 직전에 이긴다면 16강에서 붙는다는 걸 알았다.

- 발 부상은 원래 잦은 편이었나. 부상 방지 계획은.

▶ 그랜드슬램의 경우 5세트로 펼쳐진다. 또 높게 올라간 적이 없어서 제 발이 한계를 넘었다고 본다. 이제 잘 치료를 해 한계를 넘어야 한다고 본다. 다친 곳은 없다. 지난해 다친 곳은 잘 관리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 경기 중 포효를 하는 건 상대를 의식해서 하는 행동인가.

▶ 상대를 의식하는 건 전혀 없다. 스스로 싸워야 하는 이유, 분위기를 끌어야 하는 이유, 순간적인 반응은 그냥 제 몸에서 나오는 것이다. 큰절 세리머니는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나라 선수는 안 하는 것이라. 한국인으로 의미 있는 것 같다. 8강전서 이겼을 때 쉽게 이길 수 있었는데, 오래 가다 보니 세리머니를 못 한 게 아쉽다. 전 제 사진을 제 바탕화면에 해놓지 않는다. 이유는 심플하게 한 색깔로 해놓는다.

- 특히 지난해에 비해 서브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걸 느꼈는데. 또 특별히 장착하고 싶은 기술이 있나.

▶ 최근 몇 년 간 서브로 고생을 했다. 동계 훈련 때부터 외국인 코치님과 함께했다. 사소한 것부터 기술적이거나 밸런스, 힘 기르는 것을 열심히 한 게 호주오픈서 빛을 발한 것 같다. 서브, 체력, 정신적인 면에서 더 성장을 해야 한다고 본다.

- 페더러와 4강전에서 기권을 하던 당시의 느낌. 발 사진이 나오면서 20년 전 박세리와 많이 비교가 되는데, 팬들한테 선수로서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

▶ 페더러와 격돌하기 전부터 발 상태가 계속 안 좋았는데, 진통제를 맞은 뒤 최대한 아픈 걸 잊고 경기에 임하려고 했다. 그런데 진통제 효과를 볼 수 없어 힘든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그렇게 훌륭한 선수(박세리)와 비교해주셔서 감사하다. 물집으로 경기 포기하는 일은 없도록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드리겠다.

- 특별한 인터뷰 비법은.

▶ 특별한 건 없는 것 같다.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익숙해진 것 같다. 편한 사람이랑 있으면 말이 많은 편에 속했던 것 같다.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도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는 편이다.

- 페더러와 나달 대결했을 때 볼키즈로서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 아마 그때만 해도 제가 페더러나 나달과 한 코트서 뛸 날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이 은퇴하기 전 같은 코트서 뛴 것만 해도 영광이었다. 같이 경기를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 볼키즈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려 옆에 스폰서 시계를 지키면서 3시간 서 있었다. 첫 1시간은 이 선수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는데, 이후 2시간은 어리다 보니 '빨리 가고 싶다'고 징징댄 것 같다(웃음). 그 기회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 정신적인 면은 어떻게 관리하나. 또 무서워하는 게 있나.

▶ 지면 최대한 빨리 잊고, 이겼을 때에는 활기차게 준비한다. 어릴 때에는 바퀴벌레 등 벌레 종류를 아무렇지 않게 잡았는데,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바퀴벌레가 나오면 손으로 차마 못 잡고, 라켓으로 덮어놓고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린다. 모기도 손으로 안 잡고, 휴지를 싼 뒤 벽에 붙는 걸 기다렸다가 잡는다. (정글의 법칙은) 거긴 한 번 가보고 싶다. 바다서 하는 게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 재미있을 것 같다.

- 정현 키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어린 선수들은 어른 분들이 조언을 해주시다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저게 맞는 건가'라고 흔들릴 수 있다. 어른들의 좋은 조언은 귀담아 듣고, 본인 기준에 맞춰 걸러낼 줄 알면 안 흔들릴 것이다. 자기 관리의 경우, 어릴 때부터 했던 게 습관이 돼 지금도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주신다. 잘 먹고, 잘 자고, 경기 준비 잘 하는 게 중요하다. 기본을 차근차근 해야 한다.

이번 대회서 잘하고 나서 그 선수들과 비교를 해주신다. 그 선수들은 높은 곳에 계시다가 떨어진 게 아닌데, 그게 엄청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제가 그 자리를 유지했을 때 그 선수들과 동급일 거라 생각한다.

- 향후 일정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은.

▶ 이 경기를 마무리하고 병원에 가서 체크를 했는데, 이상 없다고 했다. 발바닥도 다음 주부터 정상적으로 훈련이 가능하다고 했다. 어리다 보니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해주셨다. 다음주 훈련 일정은 좀 더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 부담은 없나.

▶ 없지는 않은데, 잘하는 선수들은 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올라가는 것 같다. 이겨내고 감사해 하면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 상금을 어디다 쓸 것인가.

▶ 모든 대회서 상금을 받을 때에는 ATP서 따로 통장을 만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통장에 들어오는 건 건드리지 않고 잘 모으려고 한다. 엄마가 관리하고 전 운동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

- 올 한 해 소원을 빈다면.

아프지 않고 더 높은 곳에서 올 시즌을 마치고 싶다.

정현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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