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는 전세기, 왜 아시아나항공·에어버스인가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8.01.31 11:43
글자크기

항공업계 "북측, 미국산 보잉 항공기 거절"…프랑스産 에어버스 많은 아시아나 선택된 듯

에어버스가 제작한 아시아나항공의 'A321' 기종/사진=아시아나항공에어버스가 제작한 아시아나항공의 'A321' 기종/사진=아시아나항공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열릴 남북 합동 스키훈련에 참가할 방북단이 31일 오전 10시 40분 아시아나항공 (11,100원 ▼30 -0.27%) 전세기를 타고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이동했다. 이용한 기종은 아시아나항공의 A321(174석 규모)이다.

방북 전세기 선택과 관련, 2015년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태우고 방북한 경험이 있는 이스타항공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스타항공은 미국산인 보잉 항공기만 보유하고 있어서 북한 측에서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산 비행기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방북 국적기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해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단순히 항공기 제작사가 보잉이냐 에어버스냐로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상의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북단 항공기는 수익성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결국 이번 방북단 비행기는 프랑스 에어버스사가 만든 A321 기종이 됐고, 에어버스사의 비행기를 다른 국내 항공사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선택받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막판에 방북 전세기가 된데는 양국 정부가 '180일 입항 금지' 조치를 풀어준 것이 주효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 전세기 방북과 관련 '북한에 다녀온 비행기는 향후 180일간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한다'는 미국 독자제재의 예외로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내 주요 도시와 하와이, 괌 등 미국령에 취항 중인데, 이 문제를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어준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180일간 미국 노선 영업을 포기하고 방북 전세기를 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품이나 기술에 미국산이 10% 이상 들어갈 경우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받고, 적성국가로 분류되는 북한에 대한 '항공보험'도 안되는 등 문제도 있는데 이를 양국 정부가 막판 협상으로 풀어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우리 정부가 대한항공 (21,500원 ▲200 +0.94%),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 각 항공사에 방북단 관련 의향과 계획을 물어본 것으로 안다"며 "공개입찰 형식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UN 결의 2270호는 생계 등 인도주의적 목적의 경우에만 대북 지원이 허락된다. 품목도 음식이나 약 등으로 엄격히 제한되며,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해서 쓸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북한으로 반입이 금지된다. 반입금지 품목에는 항공유도 포함된다.

결국 180일 입항 금지라는 미국 독자 제재 조치와 UN 결의 2270호를 뛰어넘는 양국간 합의가 있었던 데다,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북한이 허용하면서 아시아나항공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방북단 45명을 태운 비행기가 오전 10시 40분 양양공항에서 이륙했다”고 밝혔다. 방북단을 태운 전세기는 북한 원산 갈마공항에 착륙, 마식령 스키장으로 육로 이동할 예정이다. 방북단은 인근 마식령스키장으로 이동해 1박 2일간 공동훈련을 진행한다.

방북단은 2월 1일 귀환할 때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일부 북한 스키선수들까지 태우고 돌아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마식령호텔과 스키장 전경/사진=통일부 제공마식령호텔과 스키장 전경/사진=통일부 제공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