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SK도…'근로시간 단축' 실험 나선 재계 속사정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8.01.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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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달부터, SK하이닉스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무 시범운영…"신제품 개발 현실 감안, 탄력적 제도 도입" 호소 목소리도

삼성 이어 SK도…'근로시간 단축' 실험 나선 재계 속사정


SK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방침에 맞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도입한다.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정부 방침에 화답하면서 재계 전체로 근로시간 단축 문화가 확산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범운영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정부안대로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기 전에 내부 의견을 수렴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법정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행정해석에 따라 주당 최대 68시간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선 최대 52시간으로 감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오는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 시범운영은 SK그룹에서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그동안 기술사무직 중심으로 일부 부서에서만 시행하던 유연근무제도 오는 3월부터 모든 부서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생활패턴이나 업무상황 등을 고려해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당시 일부 부서를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운영한 데 이어 올 들어 전체 부서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근태 입력 시스템을 개편하고 주 52시간 근무 방침을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하이닉스 분당사무소. /뉴스1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하이닉스 분당사무소. /뉴스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선제적으로 시범 운영하면서 현대차 (241,000원 ▼8,000 -3.21%)그룹이나 LG (77,100원 ▼700 -0.90%)그룹에서도 제도 도입을 숙고하는 분위기다. 정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어차피 도입할 바엔 시행착오를 줄이는 차원에서 선제대응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는다. 근무시간 규정이 지나치게 경직돼 R&D(연구개발) 등 기술 경쟁력 부문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비공개 정책간담회에서 "현행법에서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달라"고 건의했다.

노조와 합의할 경우 연간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는 대신 특정기간에는 주당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 등 전략 스마트폰 개발이나 반도체 신제품 개발 시기에 핵심 인재들이 6개월 가까이 밤샘 근무하다시피 달라붙어야 한다. 계절제품인 에어컨 생산라인에서도 성수기에는 24시간 가동해도 물량을 맞추기 어렵지만 비수기 때는 부분 조업하는 상황이다.

재계 한 인사는 "일괄적인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쟁력 차질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자칫 '과로사회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기업들의 솔직한 속내"라며 "현장 여건을 반영해 탄력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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