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부담금 낼 돈으로, 초호화로 짓자"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01.24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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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늘려 부담금 줄이는 방안…상품 가치 높여 준공 이후 시세차익 노리기도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수억 원의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이하 부담금)이 초호화 재건축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화설계나 고급 마감재 등으로 공사비를 올리면 재건축 이익이 줄고 부담금도 적게 낼 수 있다. 고급화 덕분에 준공 후 집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조합들은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업속도를 늦춰 집값 상승폭을 좁히거나 정치권이 초과이익환수법을 개정 또는 유예할 때까지 버티자는 식이다.
 
부담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초호화 재건축도 거론된다. 부담금 산정공식상 공사비가 늘어날수록 초과이익이 줄고 그만큼 부담금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강남권 주요 재건축조합들은 특화설계 및 고급 외장·마감재 등을 적용하는 정비계획을 수립해 고급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공사비가 증가하는 부담은 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면 집값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주거품질을 높이기 위해 약 150억원을 들여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진행했고 다른 재건축단지들도 외관 특화나 각종 조경시설 등으로 상품가치 차별화에 나섰다.
 
올해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하면 이같은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는 재건축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담금은 준공시점의 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준공 이후 집값 상승분은 포함되지 않는다.
 
고급화 전략으로 준공 후 시세가 급등한 곳으로는 동부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가 대표적이다. ‘한강변 35층 규제’가 적용되지 않던 2009년 재건축이 추진돼 초고층 설계가 가능했지만 가구 수가 적어 사업성이 낮았다.
 
이에 재건축조합은 가구 수를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최고 높이 56층의 랜드마크 단지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공사비가 높아진 만큼 조합원당 분담금도 평균 5억4000만원에 달했다.
 
2015년 7월 준공 후 아파트 가격은 수직상승했다. 재건축 전인 2010년 렉스아파트 시절 121㎡(이하 전용면적) 실거래가는 12억~13억원이었지만 준공 시점의 첼리투스 124㎡(11층) 실거래가는 17억3200만원을 기록한 뒤 더 올랐다. 지난해 12월 실거래가는 24억원이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공사비를 더 들여 최고급 아파트로 건설하면서도 부담금은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며 “완공 후 아파트의 상품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강남 재건축조합 입장에선 초호화 재건축이든 사업속도 조절이든 다양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며 “고급화 재건축단지가 늘면 정부 의도와 달리 강남권의 집값은 더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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