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최저임금이란 성장통

머니투데이 임상연 중견중소기업부장 2018.01.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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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먹자골목. 주말 저녁시간임에도 미세먼지가 가득한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반지하에 들어선 46㎡(14평) 남짓의 고깃집에도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이 가게를 찾은 건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기사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오픈한 이 가게는 아르바이트(알바)생에게 시급 1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사는 “장사가 안 돼 시급을 1만원에서 8000원으로 내렸다”는 가게주인 A씨의 고충을 전했다. 마음으로 응원하던 가게가 어렵다는 소식에 안타까우면서도 한 가지 대목이 걸렸다. ‘왜 시급 8000원인가. 사정이 어려우면 법정기준까지 내려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텐데….’



가게 중앙 테이블에 자리잡고 삼겹살세트를 주문하려 했지만 종업원이 보이지 않았다. A씨 혼자 주문부터 음식, 서빙, 청소까지 모든 일을 처리했다. “요새 사정이 많이 어려워져 1주일에 이틀, 하루 5시간만 알바를 쓰고 있습니다.” A씨는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오픈 당시에는 주방과 홀에 각 1명 모두 2명의 알바생을 1주일간 고용했지만 매출이 떨어지면서 1명으로 줄였고 이마저도 얼마 못 가 이틀로 축소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시급도 자연스레 1만원에서 8000원으로 내려갔다.



가게를 운영하는데 가장 큰 부담이 무엇인지 묻자 A씨는 임대료를 꼽았다. 손익분기점이 700만원 정도인데 임대료가 35%(250만원) 이상 차지한다고 했다. “장사가 안 돼도 임대료 등 고정비는 내야 하니 자금사정이 점점 안 좋아지네요.” 이런 상황에서도 시급 8000원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470원 차이인 걸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열심히 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타인의 삶에 동기부여를 주고자 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손길들, ‘인정’(人情)이 아닐까.

역대 최대로 오른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이 결정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문제지만 최근 논란은 그 정도를 넘어선 모습이다. 논란이 발전적 논의로 이어지기는커녕 상대를 흠집내는 이분법적 구도로만 흘러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가구원당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소득불평등지수)는 2016년 기준 0.3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소득상위 20% 계층(6179만원)과 하위 20% 계층(875만원)의 연평균 소득격차가 7.06배로 벌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일반적으로 지니계수가 0.4를 넘어서면 소득불평등에 따른 사회불안이 초래된다고 한다.

이 같은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속도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성장통인 셈이다. 관건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하는 것이다.

[광화문]최저임금이란 성장통


다행히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점을 인정하고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사회보험료 경감 △상가 임대료 부담 완화 △카드수수료 인하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정책방향은 유지하되 세심한 소통으로 잘못을 바로잡고 대안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기업, 노동자,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도 대립보다는 상생을, 갈등보다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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