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은 코넥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야심차게 출범한 코넥스 시장의 역할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지원 방향이 코스닥으로 쏠리면서 코넥스가 설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코스닥에 상장하려는 현상을 빗대 '코넥스 패싱(건너뛰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코넥스는 코스닥 이전상장을 목표로 거쳐 가는 중간 시장의 개념으로, 독립성이 다소 떨어지는 한계를 지닌 채 출범했다. 그런데 지난해 도입한 '테슬라 요건', '상장주선인 추천제' 등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거나 매출 규모가 미흡한 기업이라도 성장성만 있다면 코스닥에 바로 직상장할 수 있는 활로가 열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넥스는 상장 과정에서 대부분 공모를 진행하지 않아 코스닥과 달리 자금조달 효과가 없고, 상장 이후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주식시장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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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코스닥으로 가기 위한 중간 절차인데, 코넥스에 상장하면서 드는 비용과 노력, 전문인력 확보 어려움, 다양한 공시 규정 수행에 따른 불편 등을 고려하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가 코스닥 육성을 내세우면서 코넥스 시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없는 것도 코넥스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시장이 주목받으며 코넥스 기업의 이전상장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 기업의 이동으로 인한 코넥스 '공동화' 현상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 정책 기대감 등으로 코스닥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코넥스 스타기업의 이전상장 열풍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코넥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지켐생명과학이 코스닥 이전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코넥스 시가총액 2~5위 기업인 툴젠, 하우동천, 노브메타파마, 포인트엔지니어링 역시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하거나 검토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을 비롯한 상위 5개 기업의 코넥스 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25.5%에 달한다.
특히 엔지켐생명과학과 툴젠은 지난해 코넥스 시장 거래대금 1~2위 기업으로, 양사의 거래대금 비중은 40% 정도다. 스타 기업의 코스닥 이전상장이 완료되면 코넥스 시장의 거래 부진 현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다수의 코넥스 기업이 올해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