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른 코스닥, 다시 움직일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8.01.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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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전]

코스닥 지수가 900선을 터치한 이후 조정을 밟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1000을 향해 움직일 지, 아니면 현재 수준 이하로 밀릴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대비 1월19일 현재까지 27.5% 상승해서 코스피를 26.3%포인트 아웃퍼폼했다. 다만 이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지 기대에 의존한 랠리인지, 아니면 올 한 해 의미 있는 초과성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0여년 동안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은 5차례 발표됐다. 우선 1997년 11월 13일 발표된 코스닥시장 개편 및 육성 방안은 출범 이후 유명무실했던 코스닥 시장을 ‘제2의 거래소’로 육성하기 위한 최초의 정책이었다.

이듬해 6월 24일에는 후속조치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도 발표됐다. 그러나 첫 번째 정책이 발표된 시점인 1997년 11월 이후 1년 동안 코스닥은 46.9% 하락하며 코스피 대비 20.7%p 언더퍼폼했다.



두 번째는 1999년5월4일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이었다. 이후 1999년은 1년 내내 코스닥이 코스피를 아웃퍼폼했다. 다만 이것이 정책 효과라고 설명하긴 어렵다는 것이 삼성증권의 판단이다. 당시 정책이 긍정적 재료였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당시 상승의 주된 동인은 1998년 말 미국 나스닥으로부터 촉발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들어 글로벌 IT 버블이 붕괴되자 코스닥도 1년 동안 약 80%나 하락하며 차별화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2002년 10월 21일에는 IT 불황 여파로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한 코스닥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됐다. 2001년 이후 코스닥 약세는 1차적으로 글로벌 IT 경기 침체에 기인했지만, 국내적으로도 중소벤처기업 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 시도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책이 주가를 견인하지는 못했으며, 코스닥은 정책 발표 이후 1년간 3.5% 하락하며 코스피 대비 22.2% 언더퍼폼했다.


2004년 12월 24일의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은 주효했다. 횡보 흐름을 이어가던 코스닥 지수는 정책 발표 이후 정확히 2004년 12월 29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서, 2007년 7월까지 중기 상승을 이어갔다.

정책 발표 이전에는 코스피 대비 부진했으나 발표일 이후 6개월간 코스피를 19.8%p, 1년간 30.6%p 아웃퍼폼했다. 당시 신흥국 경기 호조에 힘입은 코스피
대형 수출기업들이 강세였음을 감안하면, 코스닥의 초과성과 시현은 의미가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책이 적절히 작동한 것으로 보이는 2004년과 비교했을 때, 이번 정책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더 강력해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2004년에 발표된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에는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 확립, 상하한가 기준 확대(12%→15%),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범위 변경(지분율 3%→5%), 부실기업 퇴출 촉진, 우량종목 30개로 구성된 STAR 지수선물 상장, 상장주간사의 의무보유규정 폐지 등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만한 수단을 한꺼번에 동원됐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들은 2004년에 비해 시장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과감함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다만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통합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해 연기금의 사용을 유도하고, 기금운용평가지침을 개정하여 운용상품 집중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가장 주목된다.

유 팀장은 "이번 정책이 과거와 같이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보다는, 기관투자자의 수급 개선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일단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2월5일 발표 예정인 유가/코스닥 통합지수(KRX 300)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통합지수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발표자료에 따르면 KRX 300 지수는 코스피200보다 변동성이 낮다.

이는 연기금의 벤치마크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또한 기존 통합지수에 비해 코스닥 종목 수 비중도 높다. KRX 100과 KTOP 30에 포함된 코스닥 종목 수 비중은 10% 이하이나 KRX 300 내 코스닥 종목수 비중은 약 23%로 높아졌다.

한편 기금운용평가 지침 및 연기금 투자풀의 개선을 통해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고자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18년 기금평가지침에 따르면 기금운용평가 항목 중 ‘운용상품 집중도’를 평가할 때 코스피와 코스닥 주식을 구분하고 배점을 확대(5점→6점)했는데, 이는 시장의 수급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와의 협의를 거쳐 설계된 ‘벤처혁신펀드’를 연기금 투자풀에 신설하는 등 정책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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