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배신'…LG이노텍 등 부품기업 '쇼크'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8.01.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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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 이달 보고서 통해 LG이노텍·삼성디스플레이 등 아이폰 신제품향 매출 추정 하향…"고가 탓 판매 위축"

'애플의 배신'…LG이노텍 등 부품기업 '쇼크'


애플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야심작 '아이폰 X(iPhone X)'의 판매 둔화로 연초부터 부품업체들의 1분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아이폰 X의 올 상반기 판매량이 기존 추정치 대비 20% 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주요 부품사들의 실적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證, 상반기 아이폰 X 판매량 20% 내려잡아…"고가 탓에 판매 위축"=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해 말 출시한 최신 제품 아이폰 X의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 상반기 부품업체들에 물량 주문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아이폰X가 지난해 4분기는 초기 충성고객의 수요로 인해 출하량이 예상했던 물량(3700만대)에 도달했을 것으로 봤지만 올해 1분기 출하량 기대치는 기존 3200만대에서 2600만대로, 2분기는 2400만대에서 1500만대로 낮춰 잡았다. 상반기 물량 예측치를 26.8% 내려 잡았다.

하이투자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올해 1분기 아이폰X의 출하량을 3300만대에서 2600만대로, 2분기 출하량은 1800만대에서 1500만대로 각각 낮췄다.



아이폰X 판매 부진 이유로는 높은 가격이 꼽힌다. 아이폰 X 글로벌 출고가는 64GB(기가바이트) 모델이 999달러(USD), 256GB 모델이 1149달러에 달했다. 새 기술과 프리미엄 부품을 채용하면서 가격은 기존 대비 15~30%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에 갑자기 화면이 꺼지는 등 품질 문제가 발생했고 애플이 새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의혹,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도 불거졌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부품사들의 상반기 주문량 하향 추세가 추가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2분기가 전형적 아이폰 비수기이나 올해 2분기는 특히 애플 부품 공급 업체 사이에서 비수기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부품사로서 실적 우려가 대두된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LG이노텍 (222,000원 ▲7,000 +3.26%)이다. LG이노텍은 애플 신제품에 듀얼 카메라 모듈, 3D 센싱 모듈 등 뿐만 아니라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등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5% 수준이다. 절대적 큰 손 고객이다.

특히 이달 초 모바일용 카메라모듈 및 신기술 모듈사업 관련에 8737억원의 신규 시설투자 공시를 낸 점에 비춰볼 때 애플과 대규모 장기 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올해 애플 매출액 비중이 60%까지 늘어날 것이란 추측들이 나왔다.

LG이노텍 주가는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4영업일 연속 하락했으며 이 기간 하락률은 11.6%였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 X 출하량 감소를 반영해 LG이노텍의 올 상반기 3D 센싱 모듈 매출액은 6740억원에서 5390억원으로 20.0%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며 "(애플이)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조정시 부품 업체들에 대한 판가 인하 압력이 강해진다는 점도 추가적인 잠재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인데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X의 경우 시행착오 끝에 출시돼 다양한 부품 품질이슈를 최종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반기와 2019년 이후 실적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타 부품업체도 실적 타격 불가피할 듯=다른 부품업체도 애플의 판매량 감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아이폰 신제품에 처음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탑재시키면서 주목받았지만 아이폰 신제품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상반기 실적 하향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이폰 X 수요 둔화로 올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향 플렉서블 OLED 패널 출하량은 기존 추정치(4900만대)보다 31% 감소한 3400만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애플향 OELD 라인 가동률은 50~6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도 애플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은 IT(정보기술) 업체들의 데이터센터향 투자가 주도한 것이라 하더라도 D램 시장에서 여전히 비중이 큰 것은 모바일향 고객군"이라며 "애플이 전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회사인 만큼 주문 물량 감소에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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