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화재 보존구역 내 주택단지 조성 안돼"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8.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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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문화재 보호와 개인의 재산권 행사는 무엇이 우선일까? 법원은 문화재 보존 구역 내에 있는 본인 소유의 땅에 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며 낸 현상변경허가신청을 문화재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22일 박모씨가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현상변경불허처분 취소 소송에서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모씨가 문화재 보존지역에 주택단지를 만들기 위해 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문화재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처분은 허용 기준에 부합하고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문화재 주변 경관의 보존·유지'라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되는 불이익보다 크다"며 "형평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않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소문화재 제128호 '양주 백수현 가옥'에서 100~200m 정도 떨어진 곳에 땅을 가진 박씨는 이곳에 2층 단독주택 10세대로 구성된 주택단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이곳이 문화재 보존구역이라는 점이었다. 박씨는 주택단지 조정을 위해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주택단지가 들어설 경우 진입 조망성과 문화재와의 일체성을 훼손해 역사문화환경을 저해한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박씨는 이같은 문화재청의 결정은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박씨는 주택단지를 만들려는 지역과 문화재인 양주 백수현 가옥 사이 이미 민가와 음식점, 펜션 등이 있고, 공장도 들어서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존 구역'에 해당하는 토지에는 건물 신축이 불가능하다"며 "(박씨의 신청을) 허용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 분명하다. 허용 기준에 위배되는데도 신청을 허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와 거리가 더 가까운 곳에 이미 조성된 민가와 공장이 있다는 박씨의 지적에 대해서는 "허용 기준에 따라 제한된 범위의 건물 신축이 허용되는 구역에 해당한다"며 "거리상으로 민가와 음식점, 펜션 등이 있는 토지는 문화재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 풍수지리적으로 마을에 해당하는 생산 및 활동지역으로 건물신축 자체가 문제되는 지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존구역에 공장이 건축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허용 기준에 위배돼 건축된 것이라고 해도 이를 이유로 '불법의 평등'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공장이 있다고 주택단지 역시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미 문화재 보존구역이) 상당한 부분이 훼손된 상태인데 이 토지마저 훼손될 경우 문화재의 역사문화적 환경을 상당히 해치게되고 이런 보존 구역은 한번 훼손하면 회복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훼손을 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현상변경행위의 허용 여부는 피고(문화재청장)에게 재량의 여지가 있다"며 "기준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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