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시험대 오른 남준우 삼성重 사장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8.01.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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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兆 북해 해양플랜트 입찰 결과 다음달 공개…노르웨이·싱가포르 조선사와 만만찮은 경쟁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사진=이기범 기자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사진=이기범 기자


남준우 신임 삼성중공업 (9,650원 ▲150 +1.58%) 사장의 영업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삼성중공업이 도전장을 낸 1조 원 규모의 북해 해양플랜트 수주전 결과가 곧 나오게 돼서다.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극적으로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올해 어려운 업황을 뚫어야 하는 남 사장의 경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석유사 스타토일이 발주한 FPSO(부유식 원유 생산설비) 상부구조물 입찰 결과가 이르면 다음 달 나올 전망이다.



북해 유전 요한카스트버그에 투입될 이 FPSO 입찰 전은 1차(하부구조물)와 2차(상부구조물)로 나눠 진행됐다.

결과 발표가 임박한 2차 상부구조물 수주 규모는 1차의 두 배 가량인 10억달러(약 1조64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선체 위에 석유나 가스를 가공하고 정제하는 상부구조물은 해양플랜트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여서다. 1차 하부구조물은 선체와 거주구역으로 구성돼 건조 과정의 기술 요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상부구조물 수주를 두고 삼성중공업과 겨룰 업체는 크배너스토르(이하 크배너)와 아이벨헤우게순(이하 아이벨) 등 노르웨이 조선사와 싱가포르 조선사 셈코프마린(이하 셈코프)이다.

노르웨이 현지 언론인 업스트림 등에 따르면 크배너와 아이벨이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국영석유사 발주 물량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노르웨이에서 발주된 물량이 자국 조선소에 돌아간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조선업계 불황은 전 세계적이기 때문에 자국 조선소 살리기 차원에서 크배너와 아이벨 등에 물량을 내줄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셈코프도 삼성중공업에는 난적이다. 셈코프는 지난해 예상을 깨고 1차 하부구조물 계약을 따냈었다. 당시 해양플랜트 건조 경험과 기술이 상당한 한국 조선업계가 1차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셈코프가 가장 낮은 가격을 써냈다. 삼성중공업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함께 당시 수주에서 고배를 마셨다.

셈코프는 싱가포르 인근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끌어올 수 있는 데다 전 세계에 기자재 공장도 운영하고 있어 부품을 싸게 들여오는 능력도 탁월하다. 2차 수주전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은 경험과 기술이다. 남 사장도 이 같은 부분을 앞세운다.

남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양플랜트 설계인력만 1100여명을 유지하며 기술력을 높이고 있고, 북해 해양플랜트 발주의 43%를 수주하는 등 경쟁력이 타사보다 높다"고 말했다.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북해 요한카스트버그 수주전을 겨냥한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이 이번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남 사장은 취임 초부터 경영에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장 출신인 남 사장은 생산과 품질 전문가다. 때문에 수주영업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는데, 실무 전문가들을 앞세워 어려운 수주를 뚫게 되면 조직 내부 결속도 끌어올릴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추가 유상증자와 함께 삼성중공업을 맡게 된 남 사장의 최대 미션은 올해 불황을 잘 견디고 내년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이라며 "이번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단추를 잘 꿰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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