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한계?…에디슨이 세운 美간판기업 'GE' 쪼개지나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8.01.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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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에디슨 세운 전구회사…'경영의 신' 잭 웰치 등 혁신·사업 확장 주도
금융자회사 GE캐피털發 잠재 손실 눈덩이…NYT "방탕했던 과거가 미래 방해"

제너럴일렉트릭(GE) 로고/AFPBBNews=뉴스1제너럴일렉트릭(GE) 로고/AFPBBNews=뉴스1


126년 전통의 미국 간판 제조기업 GE(제너럴일렉트릭)가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디지털 혁신을 거듭해온 노력이 무색하게, 조직이 비대해짐에 따라 '자회사 리스크'라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존 플래너리 GE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공격적으로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기업) 구조를 찾고 있다"며 "아주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만약 분사와 IPO(기업공개)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GE의 수익을 주도하는 '캐시카우'인 항공, 발전, 헬스케어 자회사를 분사한 후 IPO를 실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GE가 분사라는 극약처방을 검토하게 된 건 금융 부문의 막대한 손실 때문이다. GE캐피털의 재보험 사업체인 '노스아메리칸라이프앤헬스'의 장기 재보험 비용이 예상보다 불어난 탓이다. 2006년 이후 장기생명보험 등과 관련한 약관을 새로 쓰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그 사이 사람들의 수명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는 투자 수익을 끌어내렸다.

이 여파로 GE는 지난해 4분기에 62억달러(약 6조6000억원) 세후 손실을 기록했다. GE는 향후 7년간 추가적인 잠재 손실을 메우기 위해 150억달러를 쌓아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실과 다름 없는 셈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GE 주가는 이날 3% 급락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주가 추이(단위: 달러)/자료=블룸버그제너럴일렉트릭(GE) 주가 추이(단위: 달러)/자료=블룸버그
뉴욕타임스(NYT)는 "GE의 방탕했던 과거가 미래를 방해하고 있다"며 "이는 대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헤이만 윌리엄블레어 애널리스트는 "기존 대기업 모델의 생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며 "(조직을) 단순화해서 몇 가지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E는 '126년 된 스타트업'이라고 불릴 만큼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설적인 CEO들이 혁신을 주도했다. 1892년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전구회사로 시작한 GE는 '경영의 신' 잭 웰치, 제프리 이멜트 CEO를 거치며 에너지, 항공, 헬스케어, 금융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만한 사업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GE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특히 GE캐피털의 실적 부진 파장이 컸다. 2015년 당시 이멜트 CEO가 금융 사업부 정리에 들어갔지만 때늦은 구조조정은 기업 전체의 수익을 갉아먹었다. GE는 지난 1년간 주가가 약 40% 떨어졌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해 GE 지분을 모두 처분했을 정도다. 미국 경제 낙관론으로 유명한 버핏이 이 나라 대표기업 GE에서 손을 뗀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8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플래너리는 '혁신'보단 '기업 구조조정'의 임무를 갖고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 전용기와 임원용 차량을 축소·매각하고 수 천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혹독한 비용절감을 통해 경영 개선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같은해 11월에는 200억달러 규모의 사업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대적인 기업구조 혁신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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