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동산 시장 싸울 대상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8.01.1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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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동산 시장 싸울 대상이 아니다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는 없죠.”

최근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시장이 계속 활황이기를 바라는 관계자들의 장밋빛 전망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정부는 ‘강남’을 전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원흉’으로 보고 전쟁을 선포했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잇단 규제책에도 집값이 오르자 이번에는 아예 규제들을 한꺼번에 풀었다.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꼽히는 8·2대책 이후 서울 집값은 상승폭이 둔화되고 안정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29% 올랐다. 상승률이 한 주 전보다 0.11%포인트 뛰었다. 강남구가 0.81%, 송파구가 0.56%로 강남권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반면 지방은 0.05% 하락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강남 집값을 띄우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생기면서 강남 수요는 더 몰리는 반면 강남 재건축에 대한 규제 등으로 공급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몇 주 만에 집값이 천 만원 단위로 오르는 기이한 시장에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가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재빠르게 규제의 칼을 빼지 않았다면 강남뿐 아니라 서울 전역의 집값이 지금보다 몇 배 더 올랐을 수도 있다.

다만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등 특정 목표를 정해놓고 규제할 게 아니라 시장의 원리를 인정하고 이런 현상은 예방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시장을 좌지우지할 생각으로 강력하게 누르면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보유세’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서울 집값이 더 뛸 것으로 보고 매수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목표 자체가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한 지금 시장에서 무리수는 아닐지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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