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마다 막대한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책정하지만 운용주체가 산재해 있고 신청방식이 복잡해 지원을 받아야 할 기업에 효과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정책자금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한다.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기업에 접근하는 브로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정책자금 컨설팅이 불법은 아니지만 과도한 성공보수를 요구하거나 브로커가 직접 계약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정부 유관기관임을 사칭하거나 컨설팅을 대가로 금융상품에 가입시킨 뒤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 등도 부당개입으로 본다. 하지만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다. 컨설팅업체가 직접 정책자금을 신청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사인간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속근거가 없다는 게 정책자금 집행기관의 해명이다. 올해 3조7000억원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해 정책브로커 신고 포상금을 기존 2배인 200만원으로 상향했지만 1년간 1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18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홍종학 장관은 일자리 창출기업 위주 자금 공급, 창업기업 자금 등 혁신성장 자금 확대, 정책자금 제도 혁신으로의 구성을 발표했다. 2017.12.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제로 2015년 자문계약을 하고 대출액의 1.5~2.5%를 보험료로 불입하는 보험가입을 요구했다가 적발된 C업체와 착수금 500만원을 받고 컨설팅을 하지 않은 D업체 등 4개 업체에 정부는 등록취소 등 제재조치를 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D업체의 경우 지난해 2회에 걸쳐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에 참여해 2500만원을 받았다.
전문적으로 정책자금만 찾아다니는 ‘체리피커 기업’이 늘면서 중복수혜 적발사례도 나온다. 비슷한 사업유형인 중기부(옛 중기청)의 글로벌 창업기업 육성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부)의 K-글로벌 해외진출 지원 사업만 보더라도 2016년 중복수혜를 받은 기업이 12곳이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사업을 한곳으로 통합하고 중복지원을 걸러내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00~1500개 수준으로 알려진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통합·관리할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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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부처별 정책과 지원사업을 협의·조정하는 중소기업정책심의조정기구를 구성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 4개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지만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기부가 운영하는 ‘K-스타트업’ 웹사이트는 이런 공감대에서 생겼다. 하지만 완성도 면에선 현저히 부족하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미래부 사업의 경우 ‘K-글로벌 리스타트업 민간투자연계지원사업’을 포함한 14개 사업이 해당 사이트에서 누락되는 등 곳곳에서 빈틈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중복지원을 제한하기 위해 사업유형 분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사업정보와 신청접수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