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약대에 선 한국제약산업

머니투데이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2018.01.1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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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글로벌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국내 경제의 기상도는 터널 속이다. 내수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있는 데다 기업경제의 활약도 불투명하다. 2018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11개 주력산업 가운데 수출과 내수 모두 호조가 예상되는 부문은 반도체가 유일하다.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주력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주력산업들의 부진으로 미래 경제의 대안으로 제약산업에 시선이 쏠린다. 경제 전반을 휘감고 있는 난기류와는 반대로 가파른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조를 지속하는 이른바 ‘고용있는 성장’ 산업임을 입증하고 있어서다. 2017년 새 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적극 육성해야 할 미래형신산업으로 제약산업을 지목한 것도 이를 대변한다.



한국 제약산업은 신약개발에 뛰어든 지 30년만에 29개 국내개발 신약을 탄생시켰다. 주요 산업이 내수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때 의약품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3% 이상 가파르게 성장했다. 까다로운 선진국 진입 장벽도 허물고 있다. 지난 한해에만 5개의 한국 의약품이 미국과 유럽에서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해당 의약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희귀질환치료제부터 바이오시밀러, 복제약까지 다양하다.

특히 국내 제약산업계는 지속적인 고용창출은 물론 성장성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고용 있는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제약산업의 10년간 고용증가율은 3.1%로 제조업의 두배에 달한다. 매출액증가율(9.2%)과 총자산증가율(13.1%)은 제조업보다 3.7~5%포인트 높다. 특히 수출증가율(13.1%)은 전 제조업 중 1위이자 제조업의 4배 수준이다. 앞으로도 제약산업계는 고용과 성장이 함께 가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와 고용창출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도 제약산업을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직접 재원을 마련, 바이오폴리스라는 클러스터를 설립해 첨단 의약품 개발에 열을 올린다. 국가 차원에서 생명공학부문 연구개발비로만 26억달러(2조7000억여원)를 쏟아붓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에 연간 투자되는 연구개발비 총액보다 50% 가량 많은 수준이다. 국가 경제의 10%에 불과하던 싱가포르의 바이오산업 비중은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30% 안팎까지 비약적 성장을 일구었다. 한국 제약산업은 글로벌 선진 산업의 문턱에 와 있다. 30년이라는 시간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12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 개척에 당당히 나서고 있다. 임상 경쟁력은 물론 우수 의료·연구개발 인력과 선진국 수준의 생산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 제약산업계의 노력과 힘만으로는 글로벌 제약산업으로의 성장에 엄연히 한계가 존재한다. 국내 제약산업이 현 단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수준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산업계의 끊임없는 노력과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대폭 확대하고, 산업화와 연결되는 자금의 효율적 배분이 중요하다.


또 국내개발 의약품에 대한 처방약 목록 등재 우대와 같이 적어도 한국 의약품이 차별받지 않고 동일한 출발선에 서도록 하는 합리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보다 강력한 산업육성책과 제약산업계의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글로벌 제약강국 한국’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제약산업은 지금 도약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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