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보여요"…혼자 '뷔페'가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1.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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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오셨어요①]1인가구 늘면서 '혼뷔족'↑…"편하고 시간적·경제적 만족 높아"

편집자주 이젠 어딜 가나 '혼자서' 무엇인가 하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혼족'의 대중화다. 혼족이 늘면서 혼밥의 영역도 더 넓어졌다. 과거 혼밥족은 편의점, 학생식당, 분식점 등을 찾았지만 이제는 뷔페, 패밀리레스토랑 등을 거리낌 없이 찾는다. 2018년, 혼뷔족(혼자 뷔페가는 사람)과 혼팸레족(혼자 패밀리레스토랑 가는 사람)으로 거듭난 '혼밥족'을 2회에 걸쳐 살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눈치 안보여요"…혼자 '뷔페'가는 사람들
#30대 비혼주의자 A씨는 주말 점심마다 홀로 뷔페 체인점을 찾는다. 만원 초중반대 가격에 다양한 음식, 커피와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점심으로 뷔페만 챙겨먹으면 아침 저녁 모두 건너 뛰어도 섭섭하지 않다. A씨는 "SNS를 보고 웹서핑을 즐기며 접시 가득 담긴 샐러드, 튀김요리, 파스타, 고기 요리 등을 천천히 맛보는 게 주말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식사·음주·여행 등 대부분의 일상을 홀로 즐기는 '혼족'(혼자 활동하고 즐기는 사람들)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혼뷔'(혼자 뷔페에서 식사)나 '혼팸레'(혼자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이들도 늘었다.



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에 혼자 오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혼뷔'나 '혼팸레'는 눈치가 많이 보였던 게 사실. 젊은이들 사이 공유되는 혼밥 난이도 중 '최상급'에 속했다. 인터넷서 공유되던 '혼밥 레벨표'에는 △1단계 편의점 △2단계 학생식당이나 푸드코트 △3단계 분식집 △6단계 일식집 △7단계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 △8단계 고깃집 등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며 영화·공연을 관람하고 여행도 혼자 다니는 이른바 '혼족'이 빠르게 늘면서 혼뷔 역시 보편화하는 양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만 15세 이상 남녀 1만602명 대상)에 따르면 혼자 여가 활동을 하는 사람은 2014년 56.8%에서 2016년 59.8%로 늘었다. 특히 20대 이하는 70%이상이 혼자 여가 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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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아 식사하는 이유는 편리하고, 시간적·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모씨(30·남)는 "혼자 살다보니 직접 장을 봐와서 음식을 만들면 돈도 많이 들고 다 버리게 되는데, 뷔페에 가면 다양한 음식을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씨(여)도 "혼자 뷔페를 찾아 노트북을 가져가서 영화, 예능 등을 보면서 즐기면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혼자 패밀리레스토랑을 즐겨 찾는다는 대학생 한모씨(24)는 "혼자 패밀리레스토랑을 가면 오롯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누군가와 시간약속을 잡아 맞출 필요도 없고, 내가 사줘야하나, 따로 내자고 해야하나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혼뷔족 등을 향한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김재희씨(53)는 "예전엔 혼자 먹는사람들을 보면 처량해보였는데,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말했다. 김옥순씨(58)도 "혼자서도 잘 챙겨먹고 인생을 잘 즐기는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말·현재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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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운택 계명대 사회학 교수는 "혼자 밥 먹는 건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점차 눈치를 덜 보게 된다. 점차 혼밥이 흔해지면서 혼자 뷔페를 찾거나 패밀리레스토랑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뷔나 혼팸레가 흔해진 데 대해 그는 "타인과 관계를 맺기 귀찮고 부담스러워하는 개인화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라면서 "타인과 만나면 시간과 돈을 많이 쓰게 되니 편리함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혼자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 등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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