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회장 "벤처기업 돕는 액셀러레이터로 제2인생 출발"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8.01.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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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KTB證 지분 전량 매도로 경영에서 물러나…"벤처투자는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사진제공=KTB투자증권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사진제공=KTB투자증권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은 5일 "앞으로 KTB금융그룹을 떠나 유능한 후배 기업가를 돕거나 벤처기업에 투자해 육성하는 일에 남은 인생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문 회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30년 가량 투자와 관련된 일에 종사했고 그 부분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 회장은 지난 3일 KTB투자증권 보유 지분 전량(24.28%)을 이병철 부회장에게 팔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이로써 권 회장은 KTB투자증권 자회사인 KTB자산운용, KTB네트워크, KTB프라이빗에쿼티, KTB신용정보 경영권도 모두 내려놓고 KTB금융그룹에서 물러난다. 1999년 KTB투자증권 모태인 한국종합기술금융을 인수한 지 19년 만이다.



그는 앞으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창업 보육·투자기관)로 제2의 인생을 걷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 회장은 "이제는 30년간 축적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 삶의 보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부터 2대주주이자 공동경영을 맡은 이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3일 권 회장의 지분 전량을 이 부회장이 인수하는데 최종 합의해 경영권 갈등은 종지부를 찍었다.


권 회장은 "최고경영진 사이에 철학과 방향에 차이가 생긴 상태로 지속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이 부회장은 끈기와 열정, 회사에 대한 애정이 충분해 내가 물러나는 것이 자식과 같은 회사와 임직원을 위해서 좋은 선택이라 생각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인사권 갈등과 지분 확보 경쟁설에 대해선 부인했다.

권 회장은 "인사는 이 부회장의 동의를 얻어 진행했던 것"이라며 "또 이 부회장이 장내에서 주식을 꾸준히 매수한 건 책임경영 차원에서 CEO(최고경영자)가 적정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나의 지론을 반영한 계약 조건을 따른 것일 뿐 지분율 싸움은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 부회장 영입 당시에 지분을 최대 20%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2010년 게임회사 엔도어즈를 넥슨에 2500억원을 받고 매각할 때 당시 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지분을 보유한 덕분에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며 "이처럼 임직원이 회사 지분을 보유해야 기업 성공에 따른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나의 경영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과의 경영권 갈등의 본질에 대해선 '스타일'의 차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는 "이 부회장은 본인이 최종 책임권자로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지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더 맞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며 "옳거나 틀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일의 차이 아닌가 생각했고 그런 면을 존중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그동안 '은둔의 투자자'로 불릴 만큼 외부 행사나 언론 접촉을 피해왔다. 그는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어서 결과로만 말하면 된다고 보고 성과를 홍보하거나 외부 활동에 나서는 걸 자제해 왔다"며 "앞으로 벤처투자 등의 일을 하게 되면 언론을 비롯한 외부와도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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