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 붐에 상품시장 랠리…중앙은행은 '물가' 촉각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8.01.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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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제조업 지표 파란불 원자재 가격 급등세…인플레 자극 금리인상 빨라질 수도

블룸버그 상품현물지수 추이/자료=블룸버그블룸버그 상품현물지수 추이/자료=블룸버그


세계 제조업 경기가 강력한 회복세를 띠면서 상품(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수요 부진으로 남아돌던 재고가 해소되며 상품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지만, 중앙은행들은 근심이 커진 모양새다. 상품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과도하게 높일 수 있어서다.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지면 금리인상 등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행보가 더 빨라질 수 있다.

22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상품현물지수는 4일(현지시간) 361.19로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지수는 역대 가장 긴 1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원유에서 구리에 이르는 모든 원자재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나온 제조업 지표가 경기에 대한 확신을 자극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경제 회복세에 뒤처져 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활력을 되찾은 게 주효했다. 금융정보업체 IHS마킷이 최근 발표한 유로존의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6으로 전달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지표가 나오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최고치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중이라는 의미다. 제조강국 독일의 실업률은 12월에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약 4%로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원자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국제 원유시장에 대한 강세 베팅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가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면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계획이나 시장의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9월 낸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 뛰면 국내 물가상승률이 평균 0.4%포인트 오른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근월물 선물가격은 지난해 6월 배럴당 44달러대까지 하락했다가 이날 68달러에 근접하기까지 50% 넘게 반등했다.


반면 상품시장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캐롤라인 베인 캐피털이코노믹스 상품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품) 가격이 수요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보여준다"며 "중국의 성장둔화로 수요가 더 약해지면 올해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수요뿐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공급 제한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감산 합의 지속 여부에 따라 유가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통신은 세계 최대 구리 산지인 칠레 광산의 임금협상, 한파가 한창인 미국의 농작물 작황 등도 상품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는 상품가격 상승이 공급 확대를 부추겨 반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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