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담대 증가액 87% 하반기 쏠림…규제에 '막차 타자'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8.01.0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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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조이자 대출 수요 오히려 급증…신용대출 증가액도 하반기에 76.8% 집중

지난해 주담대 증가액 87% 하반기 쏠림…규제에 '막차 타자'


지난해 고강도 부동산 및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된 하반기에 오히려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19 대책, 8·2 대책, 10·24 대책 등이 발표되자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서둘러 대출을 받은 탓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총 잔액은 377조7972억원으로 2016년 말보다 15조879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증가액은 특히 하반기에 쏠렸다. 지난해 1~6월 주담대 증가액은 2조231억원이었던 반면 7~12월에는 이보다 6배 이상 많은 13조648억원이 늘었다. 한 해 주담대 증가액의 86.6%가 하반기에 집중된 것.

다주택자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낮춘 6·19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6월에는 주담대가 2조7486억원 늘었다. 지난해 1~5월엔 5개 은행의 주담대 잔고가 전년 말 대비 줄었으나 6월 한달만에 상반기 전체 주담대가 증가로 돌아섰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지정하고 LTV·DTI를 한 단계 더 옥죄는 내용의 8·2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8월 역시 주담대가 2조4654억원 증가하는 등 하반기에는 매월 2조원 이상씩 주담대가 늘어났다.

개인신용대출도 지난해 하반기에 급증했다. 5개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97조3686억원으로 1년새 7조2186억원, 23.2%가 증가했다. 이중 1조6777억원이 상반기에, 5조5408억원이 하반기에 늘어 전체 증가액의 76.8%가 하반기에 집중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개인신용대출에서 돌파구를 찾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5개 은행은 대기업 대출을 줄이는 대신 빈자리를 개인사업자대출로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은행의 지난해 말 대기업 대출 잔고는 73조344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조5416억원이 줄었다. 반면 5개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고는 지난해 말 202조82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조1880억원, 10.9%가 늘었다.


돈을 빌린 주체별로 5개 은행의 대출 실적을 분류한 결과 1년새 대출 잔고가 줄어든 것은 대기업뿐이었다. 반면 개인사업자대출은 증가율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이상으로 가장 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건당 덩치가 큰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숫자가 많은 개인사업자의 대출을 늘려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향의 포트폴리오 변경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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