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올려도 집 안팔아요"…버티는 다주택자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01.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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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인상해도 집값 상승 기대감 더 커…"시장 영향 제한적 예상"

@머니투데이 최헌정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최헌정 디자이너


"보유세 올리면 세금 더 내면 되죠. 집값은 그보다 더 오를텐데요. 세금 올려도 집 팔 생각은 없습니다."(서울에 주택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C씨)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 개편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시장은 이에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증세 대상이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고, 세금이 오르더라도 서울 등에서는 이보다 집값이 더 오를거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보유세 인상 움직임에도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주택 매매시장은 잠잠한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신호만 내비쳐도 급매가 쏟아지고 집값이 떨어졌던 이전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시장이 무덤덤한데는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개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유세 인상이 재산세보다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인상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재산세를 인상하는 것보다 다주택자, 초고가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부세를 인상하는 것이 조세저항을 완화하고 조세형평성도 맞출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종부세 과세 대상은 전체 주택소유자 중 2%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주택분 종부세를 납부한 사람은 26만8791명으로 전체 주택 소유자(통계청 집계 1331만1319명)의 약 2%를 차지한다. 종부세 인상 대상을 3채 이상 주택소유자(41만5924명)에 한정한다고 해도 전체의 3.1% 수준이다.


서울과 경기 신도시에 아파트 3채를 소유한 최모씨(39)는 "아무래도 주택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세부담을 더 높이지 않겠느냐"며 "세율 인상폭이 미미한 수준이라면 집을 매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세부담보다 주택가격이 더 오를거란 기대감 때문에 집을 팔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가령 '갭투자의 성지'로도 불리는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규제에도 여전히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 갭투자란 높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이용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뒤 집값이 오르면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투자법이다.

길음동의 G공인중개소는 "갭투자로 집을 여러채 가진 사람들이 아직 매물을 내놓고 있진 않다"며 "앞으로도 집값이 더 오를거란 기대가 많아 보유세 인상 논의에도 아랑곳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종부세 인상해봐야 1년에 400만~500만원일텐데 서울 강남권 같은 경우 올해에만 4~5억원씩 오른 곳도 있다"며 "주택가격인상분, 임대소득 등을 상쇄할만한 세금인상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8·2 부동산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등록시 세제혜택 등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는 다주택자로 하여금 소유한 주택을 팔든지 아니면 임대등록을 해서 투명하게 임대사업을 하라는 의도였다.

이후에도 다주택자들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이번에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시장에는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고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도 많다"며 "보유세 인상이 시장에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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