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은 유네스코 '탈퇴'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12.26 06:46
글자크기
'위기의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미국에 이은 이스라엘의 공식 탈퇴 선언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월 유네스코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등재 보류 문제로 탈퇴 여론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네스코 72년 역사상 탈퇴 전력이 있는 국가는 미국, 이스라엘, 영국,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미국은 1984년 유네스코의 정치적 편향성과 방만한 운영 등을 이유로 탈퇴했고 이듬해 영국과 싱가포르도 뒤를 따랐다. 1956년에는 남아공이 인종 문제 간섭을 이유로 탈퇴했다가 인권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취임 이후 재가입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아공을 제외하면 유엔의 약소국 편향 정책에 반대한 강대국의 탈퇴 선언이었다는 것이다. '분담금'이라는 카드를 손에 쥔 이들의 탈퇴는 실제 유네스코 인원 감축 등 막대한 피해로 이어졌다. 앞서 일본도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앞두고 분담금을 미납하며 간접적으로 항의의 뜻을 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올해 유네스코 분담금 비율은 미국(22%·약 411억 원), 일본(9.7%·181억 원), 중국(7.9%·148억 원) 순으로 높다. 한국이 분담하는 액수는 약 38억 원(2%)으로 전체 13위에 불과하다.



'분담금 카드'가 없는 한국이 유네스코를 떠날 경우 복잡한 동북아 역학 관계 속에서 잃을 것들이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농악무', '단오절'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최근 중국은 2018~2021 세계유산위원국에 선출되는 등 유네스코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현재로서는 공론화와 국가 차원의 연대가 답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유네스코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네덜란드, 대만, 인도네시아 등 피해국 차원의 협력을 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자리에는 교도통신, 아사히 신문 등 일본 관계자를 비롯해 참석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탈퇴'를 논하기 이전에 돌아봐야 할 것들이 많다.

[기자수첩] 한국은 유네스코 '탈퇴'할 수 있을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