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권하는 사회…누구도 나를 괴롭힐 권리는 없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12.2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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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복종에 반대한다'

'복종' 권하는 사회…누구도 나를 괴롭힐 권리는 없다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세상, 우리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자들에게서 위로받아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용기를 갖겠는가?(마르셀 프루스트)

'복종'이란 다른 사람의 의지에 굴복하는 것이다. 인간은 말을 배우고 제대로 생각하기 전에 복종하는 법을 먼저 터득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하거나 직장으로부터 안정적인 삶을 담보 받기 위해, 또는 사회의 '정상' 범주에 속하기 위해 복종한다.



저자인 아르노 그륀은 1923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나치 지배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뉴욕에서 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자로서 인간성을 억압하는 권위주의와 폭력에 대해 평생에 걸쳐 연구했다.

이 책은 한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겪는 복종과 이것이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환자들의 사례에 인류학, 사회심리학, 경제학적 이론을 더해 복종의 매커니즘을 파헤친다.



인간은 위협과 공포를 느낄 때 가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해자를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해자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착각함으로써 '스톡홀름 증후군'을 경험하기도 한다.

개인의 복종은 사회적 정당화로 이어진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감독기관의 무비판적 복종으로 인한 기능 상실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혔다. 사회 안정을 위해 암묵적으로 형성된 복종 문화가 결국은 사회적 대참사로 이어지는 병폐를 낳은 것이다.

저자는 복종을 거부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감 능력은 맹목적 복종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대항할 힘을 줄 뿐만 아니라, 깊이 묻혀 있는 자신의 감정이입 능력을 끌어내준다. 자각이 생겨나는 과정은 공감에 토대를 두고 있다."


◇복종에 반대한다=아르노 그륀 지음. 김현정 옮김. 더숲 펴냄. 136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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