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영피플에 근무하는 (좌측부터) 구광서 매니저, 김혜숙 매니저, 이원호 매니저 /사진=임성균 기자
주인공은 이커머스 채널 '위메프' 상품 검수를 담당하는 '에버영피플'. 이곳의 특이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전직원이 50대 이상, 평균연령 60세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력도 다양하다. 구 매니저는 교장 선생님으로 30년 이상 몸담았던 교직을 올해 떠났고 이 매니저는 기업 전산실에서 30여년간 일한 뒤 정년퇴직했다. 김 매니저도 기업에서 총무·회계업무를 15년간 맡았다. 이곳에서는 모두 '00 매니저님'으로 통한다.
이들은 위메프에서 판매되는 패션, 의류, 생활잡화, 식품 등 수만여가지 상품들의 판매 페이지를 하나하나 살피고 인증 여부, 과대광고 여부, 표현의 정확성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김 매니저는 "예컨대 '세계 최초' '유일'과 같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 병이 낫는다거나 자세교정이 된다거나 하는 상품 효과 사실 검증, 식품에 '천연 재료'라는 표현이 쓰일 수 있는지 여부, 가격 혼동이 되는 표현이 없는지 등 다양한 사례들을 검증하고 문제가 있으면 반려한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에버영피플에 근무하는 (좌측부터) 구광서 매니저, 김혜숙 매니저, 이원호 매니저가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이 매니저는 "2~3년간 퇴직 후 공백기가 있었는데 제빵을 배우기도 했고 프랜차이즈 창업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여윳돈이 많지도 않고 퇴직 후 사업실패 사례도 많아 창업에 나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모두 우연찮게 에버영피플의 채용공고를 보게 됐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원서를 넣고 서류, 필기와 실기, 면접 등 3단계를 거쳐 10:1 경쟁률이 뚫고 합격했다. 직원들은 모두 20여명으로 오전·오후타임으로 나눠 하루 4시간씩 일한다. 젊은 시절 승진과 경쟁, 부담감을 내려놓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급여가 그리 높지 않지만 인생 2막을 시작했다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크다.
구 매니저는 "오랜 공직생활에서 보람도 있었지만 책임감과 중압감이 작지 않았다"며 "4시간씩 규칙적으로 근무하고 내 시간도 즐길 수 있는 데다 다양한 동료들도 생겨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퇴직한 친구들 모두 아직 젊고 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며 "퇴직 고급인력이 향후로도 계속 늘어날텐데 다양한 형태의 파트타임, 높지 않은 임금이라도 특화된 업무들을 시니어들이 맡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나서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영피플에 근무하는 (좌측부터) 이원호 매니저, 김혜숙 매니저, 구광서 매니저 /사진=임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