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특히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여부는 향후 검찰 적폐청산 수사의 향방을 좌우할 정도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최근 적폐청산 수사 관련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는 등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 우 전 수석이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과학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 작성에 가담한 정황을 추가로 포착하는 등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특히 줄곧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지만 두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 전 수석이 이번에도 구속을 피해 간다면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월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방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 정도와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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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4월 우 전 수석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한 끝에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를 추가 적용해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재차 구속영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에는 우 전 수석의 구속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앞서 "우 전 수석은 헌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한 면이 있다"며 "국민을 차별대우해서는 안된다는 대원칙도 위반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이 최근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탓에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점차 구속 판단 기준을 높이고 있는 추세인데다 우 전 수석과 공모관계에 있던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이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면서 '불법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적 업무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두차례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내심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던 것과 달리, 이날은 힘이 없는 눈빛으로 허공과 바닥을 응시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또는 다음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